아들 놈 방이 비었습니다.
군대 간 아들방이나 학교 기숙사에 간 아들방이나 비인 것은 마찬가지인가 봅니다.
밥도 조금만 해야 합니다.
습관처럼 했다간 꼭 아들이 먹을 만큼 남습니다.
으례 그런 줄 알면서도
이 놈이 있으면 반찬 하나도 남을 때가 없는 데..
남편이 혼잣말로 중얼중얼 합니다.
" 그러게 있을 때 좀 잘지내지? 없으니께 왜 서운혀? 심심한 거여?"
저도 한 소리 합니다. 늘 아들보고 빨래를 잘해야 이 다음에 장가를 잘 간다는 니.
니 방은 돼지가 새끼를 낳은 것보다 더 지저분하다고 노상 잔소리를 하더니
그나마 이 아들이 멀리 가버리니 심심한 거지요.
언제가 놀토냐구 또 묻습니다.
토요일이 와야 아들이 오지. 허구헌날 달력보고 언제가 놀토냐고 또 확인하는 걸 보니
거참 디게 심심한가 봅니다.
유일하게 남은 금쪽같은 딸내미가 그러네요.
" 아빠? 오늘은 수요일이여?"
아직 멀었다는 거죠. 그렇게 마주보고 싸우던 때는 기억이 하나도 안나나 봅니다.
하여간 남자들의 세계는 복잡합니다. 제가 이해하기는 무리입니다.
나보고 막걸리를 받아 오라네요. 아들이 있을 때 사오라고 했던 심부름인데.
사오라니 줄래 줄래 주조장에 갔죠.
한 말은 너무 무겁고 한 되를 받아야 겠고. 이것도 무겁데요.
뱃 속에 넣고 가면 덜 무거울까 싶어... 좀 마셨습니다.
버스를 타니 막걸리 통이 흔들려요. 그럴때마다 시큼한 냄새가 납니다.
집에 도착하니 이미 남편이 술 안주한다고 돼지고기에 묵은 지를 넣고 보글보글 끓이고 있네요.
" 야..니 또 술먹고 왔냐? 사오라고 했지?"
무겁더라구...그래서 좀 마시고 왔는 디...꾸울꺽!!
어휴..무신 마누라가 저렇게 무식허냐? 무겁다고 그걸 마시고 오냐? 는등 내가 심부름을 시키는 게 병신이지..
그러게 왜 심부름을 나에게 시키냐구 했지요.
안주로 찌게국물이 끝내주네요. 연신 숟갈질을 했더니
" 아 빨리 술좀 따라 줘야 될 거 아녀?" 우와! 성질은 디게 급하니 얼른 잔 채워주구 나도 한 잔 채우라고 신호를 보냅니다.
다아 마시구 왔는 디 또 술을 달라고 면박을 주네요.
그건 심부름 갔다 오는 길이구, ...헤헤 안 주면 오늘 확 잡아 묵을 거여..밤새도록...흐흐..
무서운 가 봅니다. 얼른 한 잔을 채워 주네요.
놀토만 오면 아들을 꼭 보낼거다. 내 다시는 여편네보고 막걸리 사오라고 하면 성을 간다네요.
왜? 마누라는 안 바꾸고?...긍께 아들 있을 때 싸우지말라구.
덧) 어제 일기입니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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