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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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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써야 한다, 계속...


BY 천정자 2007-11-07

노동을 하는자에게 당신 글 써 본적이 있어요 ? 물으면 

쑥스럽게 고개만 숙인다.

그만큼 전혀 다른세계 일 수도 있고, 이질감도 느낄 수도 있다.

 

노동이라면 나는 북한의 노동자가 먼저 떠오른다.

너무 쌘 반공교욱에 힘입어 주체가 확실한 탓도 있으리라.

그럼에도 우리 남한에게도 분명히 노동자가 있다.

나도 그 부류의 일종이며, 전혀 다른 노동자가 아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알게 모르게 차별을 준다.

 

누가 무슨일을 하냐고 물으면 난 그저 놀아요 한다.

그러면 안그렇게 생겼다고 한다.

뭔가 하는 사람 같다고 한다.

그러면 그제야 나는 대답을 한다.

요즘은 진짜로 놀고 있구요.

앞으로 식당이던, 파출부던, 청소부던 뭘 할까 고르고 있는중이라고 했더니

그런 거 말고 다른 일하는 거 없냐고 한다.

무슨 대답을 원하는 지 알지만 난 더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책상에 앉아서 팬대로 긁어가며 하는 직업을 듣고 싶은 가본데.

이젠 나하고는 그런 직업은 멀다.

 

사실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정작 식당이나, 파출부나, 그런 노동을 보기나 했지.

직접 해보지 않고 선 함부로 논할 일은 아니다. 엄연히 그들도 비록 정규이던 아니던 생계를 잇기위한 노동으로서 바라봐 줘야 되기 때문이다.

 

더구나 여자가 무슨 취업을 하기 위해선 죽기살기로 덤비게 한 지금의 상황이다.

그러기에 밖에서 바라본 시선을 안으로 접어 직접 겪은 경험이 아니거든 아예 소재거리도 삼지 말아야 한다.특히 글에선 이런 현상이 금방 드러나기 때문이다.

결격사유라고 할까.

 

나는 글쓰는 사람들은 직접 현장에서 겪은 일을 쓴 것을 보고 싶었다.

정작 그런 일은 흔하지 않지만,

그래도 기다려진다. 각각의 색깔로 다가오는 생생함이 묻어나고 오롯하게 배어오는 그 희열이 숨어서 글속에서 걸어나오는 글을 만날때 나는 횡재를 한 기분이다.

그럼에도 그런 횡재가 어렵다.

 

사실 난 한달동안 한 학교에서 청소부로 일을 했다. 잠시동안 노동이라는것을 어설프게 해보았는데, 그 시간이 늘 새롭다. 그 더운 여름날 땀흘리면서 대걸레들고 백오십미터의 복도를 닦고, 수백계단을 오르 내리며 대걸레들고 이리저리 흔들며 지나간 그 시간에 정신이 홀랑 바람에 날아가는 것이 개운해졌다.

 

 뭐 이러고 말 사이없이 여름오후는 그렇게 후다닥 지나가고, 저녁이 오니 산바람에 정신 넋놓고 두런 두런 거리는 풀무치 선율이 화려하게 울려대는 밤하늘에 미쳐서 글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고 훌러덩 창문 제끼고 밤하늘 보다. 몸이 곤하니 잠이 쉽게 들고.

아침해보다 먼저 바스락거리는 강아지의 숨소리도 나에겐 일상의 대화가 시작되고 보니

또 청소하러 가느라 여념이 없고.

 

 이러니 노동자가 글을 쓴다는것이 진짜 큰 맘을 잡고 다부지게 옹골찬 자리를 잡지 않으면 힘이 든다는 것을 알았다. 괜히 고개가 숙여지고 쑥스러운 질문을 한 것도 잘못이지만.

 

 그런데 말이다. 그래도 한줄의 시는 나오더라는 것이다. 신통방통하지.

한줄 고르는 숨쉬기를 하는 동안

잠시 운전을 하다가

산허리에서 붉은 구름을 보다가

유유히 날아가는 한쌍의 새들과 나의 눈빛에

배인 노을을 볼 땐

 

그렇게 살다가도 잠시라도 잊은 한적함의 여백을

채우는 여유가 있더라는 것이다.

 

굳이 무엇을 표현하고자 한다면

일부러 책상앞에 앉을 일이 아니었다.

그냥 저절로 흥얼거리는 노랫가락에 스미어 흔적없이 사라져도

안타깝지 않았던 그 시간이었다.

 

일하느라고 무엇을 못하고.

돈 버느라고 오로지 한 곳에 매달리지만  않는다면

슬며시 비집고 들어오는 그 순수한 시간의 다리를 볼 수가 있었다.

 

정작 열심히 오늘을 무엇으로 메꿔야 할 지, 말지는 우리가 고민할 게 아니었다.

그냥 바람이 불어오듯이, 바람을 고맙게 생각해줘도 넉넉한 하루를 준다.

이러니 저러니 호들갑스럽게 군다고 해도 되레 너스레처럼 보인다.

 

블로그를 개설해놓고 한 이년을 그냥 내팽겨쳐 놓았다.

누구의 눈에 들어 인기몰이나,  엉뚱한 영향을 미치고 싶지도 않았지만,

사실은 일한다고 다른 거 한다고 핑계대기도 했다.

나는 일기도 쓰지 않았다.

 

누구는 나보고 공모전에 나가보라고 하고, 신춘문예에 도전해보라고 한다.

그러나 그런 것은 나에게 작가라는 어떤 보상을 바라보고, 목적이 따로 있기에

별 관심이 없었다.

 

나에게 관심이 있었다면, 애시당초 처음부터 글쓰는 연습부터 열심히 하여 아예 작정을 하고 들어 앉아  있었을 것이다. 현실은 모두 나에게 향해져 있었다. 일상의 생활을 그대로 겪어내야 하며, 생계를 잇고 아이들 분유를 타가며 보험영업을 한다고 이리뛰고, 저리뛰고 할 때 어디 글쓴다고 감히 주저 앉힐 동기는 전혀 없었다.

 

 누구에게도 나의 생각이나, 존재를 알릴 의무도 없었다.

그러기에 일할 땐 글쓰기는 어렵다.

 

그래도 어쩌랴. 아는 것이 글이고, 나의 표현의 도구가 글이니.

할 수없이 긁적거려 이렇게 올라오는 글 한복판에 내 시선을 두고 있으니.

 

 

 

작업공책)      산바람에 나를 묻어 가고 있습니다.

                   그 옆에 소리내어 흐르는 실개울이 이제 가을을 태우고

                   밑으로 밑으로 흐릅니다.

                   조금 있으면 조금 넓은 강을 만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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