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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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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돈을 훔치는 아이


BY 천정자 2007-09-29

통닭도 먹고 싶고, 만두도 좋아하고. 햄도 좋아하는 우리 딸아이는 정신지체 장애 3급이다. 조만간에 다시 재 검사해서 더 좋아졌는지 아니면 더 나빠졌는 지 병원에 또 가봐야 한다.

 

게으른 나는 이런 저런 핑계로 방학이 거의 끝나가고 있는데도 더 미적 거리고 있다.

아이 키우는 것은 미분 적분해도 풀리지 않는 함수와 같다.

 

얼마 전 나는 시장에 가서 볼 것을 다 살려고 지갑을 열어 보니 내가 생각해 둔 돈에서 한 참 모자른 돈만 있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있는 돈만큼 장을 보고 돌아오면서 이걸 어떻게 해야 하나 한 참 고민했다. 딸아이는 언제부터 내 지갑에서 천원짜리 열장이 있으면 한 두장 슬쩍하고 언젠가는 만원이 있는 줄 알고 기름을 주유하고 지갑을 열어보니 그 돈이 없었다. 이미 넣은 기름을 빼라고 할 수도 없고, 다행히 주유소사장이 내 황당한 얼굴에 다음에 다시 오라고 하는 바람에 나도 위기모면을 했는데.

 

난 병원에 갈 때마다 의사에게 이런 애기를 해야 되나 말아야 되나 늘 고민을 한다.

보나 마나 의사는 그럴 것이다. 절대적으로 부모가 지갑관리를 잘 못해서 아이 눈에 보이게 한 것도 잘못이라고 지적을 할 것이다. 그러니 또 딸내미에게 너 엄마 돈 가져간 거 어디에 썼냐고 다그치는 것도   아이 자존심을 먼저 건드리게 된다는 데.

 

칠칠맞은 나는 늘 이런 상황을 치매처럼 잊어 버린다. 

한 번은 삼만원이 있어야 할 지갑안에 이만원만 있었다.

그 돈은 나의 돈이 아니었다.

그 때 슬쩍 영은아 ! 그 돈 엄마 돈 아니야... 다른 사람 돈이거든.. 돌려줘라.. 했다.

처음엔 안 가져 갔다고 시침떼더니 슬그머니 옆 주머니에서 꼬깃 꼬깃한 만원이 접혀져 나왔다. 나는 아무 말 하지 못했다. 의사의 당부를 난 또 잊어 버려서 아이 앞에 절대 지갑을 두지 말 것, 지갑이 있다고 해도 돈을 절대 넣지 말라는 것을    그제야 떠오르니. 에휴...

 

다행히 다른 집에선 돈이 보여도 집어 오거나 훔쳐 오지는 않았다.

유독히 나의 지갑에서만 집착을 하는데.

 

남편의 바지에서 또 돈을 건드렸나 보다.

남편도 안다. 아이가 손을 닿을 수 있는 곳에 절대 돈을 두지 말 것을 나는 누누히 일러 두었다. 그런데 남편은 아무렇지 않게 아이 앞에서 바지 뒷주머니에서 돈 넣는 것을 본 것이다.

나한테 묻는다. 돈이 몇 장 비었다고 혹시 내가 가져갔냐고 묻는다.

나는 또 아차 했다. 매일 같이 일러줘야 남편도 습관적으로 챙겨야 예방을 하는 것인데.

 

도둑이 될 것이니, 나쁜년이니, 나중에 소도둑이 될 것이니 뭐 그런말로 훈계를 하고 싶은데..그런 말은 아무 소용없이 아이한테 상처만 준단다. 의사의 처방은 오로지 나의 지갑과 돈을 절대 보이지 말아야 한단다.

 

잊어 버리지 않기위해서 나의 블로그에 적어 놓는다.

아무래도 외워둬야 우리 딸아이 습관을 하나 더 늘여야 한다.

엄마 지갑을 뒤져도 돈이 없는 것을 알게 될 때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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