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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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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간방에서 세들어 사는 식구들.


BY 천정자 2007-06-26

 

 

후후... 이놈들 분명히 에미 에비 기다리고 있는 눈치다.

먼 하늘에서 논 밭에 있는 해충을 잡아먹는 제비들인데

이 제비가 이 맘때는

꼭 사람사는 집에 그것도 드나드는 문지방위나

처마밑에 마치 세 들어 한 계절을 지낸다.

흔히 볼 수 있었던 풍경이었는 데

이젠 참새도 귀하다고 하는 세상에

제비는 더욱 보기 힘들어졌다.

 

흥부네 제비가 괜히 다리가 분질러진 게 아니다.

저렇게 크다보면 얼마 안가서 집하나도 모자를 지경인데

단칸방은 은혜갚는 제비를 키우는 곳인가 보다.

 

지금 나는 이방 저방 구분지어서 살고 있지만

나 어릴 적엔 내방이 있어에 부자인가 가난한가 구분지었다.

연탄구들방에 문간방에 세들어 살 때

나는 아홉살부터 우리집은 원래 이렇게 사는 줄 알았다.

네 남매는 그렇게 살 부딫히며 아웅다웅 티격태격 사는 게

당연 한 줄 알았다.

 

연탄가스에 중독이 되서 엄마는 울 네남매를 모두 끌어다거

마당에서 동치미를 쏟아부으면서 그랬다.

아이구..내 새끼 덜..내 새끼덜...

 

난 그때 전혀 의식하지 못하는 상태에서 똥을 누었다.

그러니까 동네 사람들이 그런다.

야는 살았다! 똥을 눴어? 세상에 몹쓸 가스가 애덜 모덜 작살 내부리는 줄 알았네...

 

내 친구는 옆에 사는 단칸방의 딸이었다.

나랑 동갑내기라서 친구가 아니고 같은 셋방에 살면서

속사정 그렇고 그런 애기를 다 알고 지내는 통에 친구가 되 버린 것이다.

 

열 세살에 내 친구 엄마는 간경화로 개구리처럼 배가 부풀었다가 내렸다가 몇 번 반복을 하시더니 하지가 지나고 막 장마가 시작되는 무렵에 결국 돌아 가셨다.

친구의 언니가 나의 걸음으로 한 삼십분 걸어가면 단추공장이 있었다.

열 세살은 너무 철이 없는 기집애 나는 내 친구와 히죽 히죽 웃다가도

얼마전까지도 내 친구엄마는 나에게 김치부침개며 보리밥을 열무에 가득 비벼주고 그런 말을 했다. 내 친구는 얼른 언니에게 가야 한다고 했다.

 

그런 것들이 사람이 죽어서 부고를 알리느냐 마냐의 한 틈사이에서

별안간 나의 쓰레빠가 오른족발바닥에서 뚝 끈이 떨어졌다.

끌면 질질 끌리지만 차라리 들고 맨발로 걷는 게 더 나았을텐데

내 친구와 나는 어머니의 죽음보다 나의 끈 떨어진 쓰레빠가 더욱 애가 탔다.

 

그래서 나는 그냥 집으로 돌아간다고 했다.

내 친구는 할 수 없다고 나 혼자 언니한테 간다고 했다.

 

세상에 나는 이렇게 이런 일을 나의 과거를 글로 고백 할 거라고 생각한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그 친구도 네 자매가 제비처럼 단칸방에서 살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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