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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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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남편을 두둘겨 패는 아내입니다.


BY 천정자 2007-04-28

분명히 내가 식당을 알바 나간 후

세탁기 돌리고  그 시간중에

식탁위에 널브러진 밥그릇이며 숟가락을 담군 것을

룰루랄라 설겆이를 하다가 순님이 밥 줄려고 나가다가

문득 울 동네 들어오는 모퉁이 뙤기 밭에

미리 점찍은 달래며 풍년대며 노랗게 핀 장다리들이 생각나서

부리나케 빨래를 털털 널고

자전거를 타고 갔는데.



하필 그 옆에 구판장이 있어 늘 오가는 수염 덥수룩한 영감탱이들이

새참을 막걸리로 마시고 있었을 것이다.

그러니 거기 간 이유는 어데로 딴데 팔아먹고

주거니 받거니 한 병이 되었고 두병이 되더니

이젠 골파가 늙어가는데

여편네는 신경도 안쓰고 그래서 내가 뽑아오다가

밭 오른족으로 민들레며 산도라지가 한 뼘만큼 키가 크는 걸 봤는디

아무리 봐도 한 오년묵은 것 같아서 언제 한 번 같이 가보자고 굳게 약속을 하다가

아~~ 아! 저어기 유기농 비료가 열시 넘어서 온다니께

구판장 앞으로 경운기 몰고 나오셔유~~~



방송은 했으니께 얼른 후딱 가 봐야한다고   구이장은 파란트럭을

몰고 나가다 또 막걸리를 사 주고 갔으니 도대체 몇 병을 마셨는지 본인이 모르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게 휘청휘청 봄날 나른한 오후에

자전거를 타지말고 끌고 오라고 했더니

그 말을 하지 말걸 그랬나

반대로 잘 타고 오다가 언덕배기에서 어어 하더니

요즘 모내기한다고 물받아 놓은 논 바닥에 머리부터 쑤셔박혔다나..

그리고 옆으로 한 번 더 굴렀다나.



도대체 뭐여?

당신이 무슨 럭비선수여. 논바닥에서 왜 뒹굴어?

툭하면 막걸리만 먹고 다리밑에서 양말 빨아 자전거에 널어 놓고 잠을 자다가

애들한테 업혀오질 않나...



똥마려워서 볼 일 봤더니 아저씨네 벗어 놓은 물장화에 일을 저질럿다며?

어디 한 두가지냐고.



이번에 자전거도 같이 논바닥에 나 뒹굴어서 바퀴가 휘었는디.

자전거도 그런데 본인 다리는 어떨까 싶어 무릎을보니 까지고 종아리를 만져보니 근육이 웅치고

얼굴에도 한대 두굴겨 맞은 모양으로 시퍼렇다.



만져보니 아구구 ...아퍼 죽겠당게...

그려 ...굴러서 죽는 게 아니고 나한테 한 번 뒈지게 맞아 볼텨?



할 수없이 종아리부터 찜질을 하고 씨눈이 있는 감자를 얇게 쓸어 얼굴부은 곳에 붙여 놓고

엎드려 봐, 뒤집어.

으이그 내가 무슨 호떡이냐? 뒤집게...

그려 앞으로 뒤로 안마를 받아야 할 것 아녀 뒤퉁맞게 대답을 하고 뭉친 혈을 만지니

아이고고...고성이 나온다.



아 조용히 안혀..

이걸 오늘 안 풀으면  몇 날 몇칠 끙끙 아플턴디 오늘 풀 겨? 계속 아플겨? 했더니

에구구..살살 혀...진짜로 니 서방 오늘 죽겄다....으으으..



어깨도 구른 충격에 한 껏 굳었다고 또 뒤집어 보라고 했더니

에궁,,오늘 날 잡는 날이냐? 아니면 돼지 잡는 줄 알겄다 한다.



남이사 뭔 상관이여? 또 자전거 타고 음주주행 할 거여? 했더니

말이 없다. 아직도 살만 한가보다 하고 어깨에 뭉친 혈을 눌렀더니

아야야...알았어! 살살 좀 패라....

 

작업공책) 헤헤...남편 패는 것도 잘해야 합니다. 살살... 오늘은 좋은 봄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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