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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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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월에 가을이 흐르면


BY 천정자 2006-10-20

우리동네는 아침방송이 새벽 여섯시에

띵똥하는 시그널소리와 함께

용담골 이장이어유...

 

다름이 아니옵고

어제 강이문님이 트렉터 사고로

저어기 저 큰 병원 장례식장에

실려 갔습니다.

 

그런디

우덜이 모두 함께 가봐야 하니께

아침 자시고

일곱시 반까지

동네회관에 차를 대놓을테니

준비해서 나오시길 빌겄씁니다.

 

이렇게 네번을 똑같이 반복한다.

그래야 선 잠  든채로 들으면

어르신들 한 번 해가지고 뭔소리줄 도통 모르니께

한 삼세번은 떠들어 대야 되는 디.

 

이번 초상 방송은 네번이나 했다.

그런데 아직도 푸르게 떡잎이 벌어져

층층히 붙어 키 커가는 들깻잎 따시는

정임이 할머니가

느닷없이 비닐포대를

휙 집어 던지며

세상 작것이여...

내가 살자고 눈뜨니께

이 놈들은 얼른 따가라고 입벌어지게 잘도 크는 디.

젊은 놈 어제 한 낮 샛밥실러 나가더니

오늘은 장례식장에서 나를 불러 버리냐?

참 내 기가막혀 가슴에 불질러도 안 탈 거여.

하이고 저 많은 딸기모는 누가 실어다 줄 거여..

오매..미치고 환장해도 꽃피고 딸기 따라고

새벽에 내 방문 잡아당기는 놈이

와 장례식장에 먼저 누워 번져.

 

방송하지말고 이장이 얼른 가서 깨워 오랑께.

이거이 시방 뭔일이 난 겨? 지랄병이 났다냐?

 

스멀 스멀 시월의 햇빛이 산허리를 타고 번져 흐르기 시작 할 무렵

흰옷에 검정옷에 쓰레빠를 잘잘끌고

산허리처럼 구부러진 등허리 가진 구십먹은 오래되고 쉰 목소리처럼

휘어진 지팡이를 흔들리며 걸어다니는 동네 신작로에

장례식장 대형버스가 슬며시 동네 어귀에서 돌아나가는데.

 

그 때에  당산나무가 심하게 흔들리는 것이다.

  

 

 

 

작업공책) 한 동안 잠잠하던 바람끼가 다분한 여편네가

              오다가다 괜히 바람자락을 한 줄기 토막내어 시비걸고 싶은 가을이 시월이다.

              하필이면 인삼밭에  이스락을 주으러 가는 날에 인제 쉰 세살 먹은 젊은 총각이

              점심 잘 먹고, 샛밥 주고 가는 길에 트렉터에 실어진 철재의 무게때문에 

              뒤집혀져   버렸다.

              그 자리가 죽음이었고, 일일구에 실려가는 그 뒷모습이 어디서 많이 본

              모양새더라.

              어이없고 분수모르는 하루가 그렇게 바람같이 사라져버리니.

              이내 오늘은 나의 오늘이 아님을 고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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