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동안 나는 詩를 쓰지 못했었다.

별 다른 이유도 없었다.

요즘은

나의 마당에서

채송화가 아침이 되어 피고

메리골드가 옆으로 퍼진 그림자가

넓어지고 있었다

아직 가을은 멀지만

국화는 알고 있다.

꽃 피는 날을.

옆에 무너진 담을 넘어서 호박줄기가

힘차게 푸른 동아줄처럼 크고 있다.

넓은 호박잎으로 만든 모자도 써보고

애호박으로 지짐을 해먹던 날은

반달이 두둥실 떠오르고 있다.

오늘은 하늘이 詩가 되는 날이다.

비록 누구라도 고개를 올려 일부러 찾지 않는 별 처럼

여름 창호문에

파랑모기장  네모난  문틀에

끼인 달은

가로등처럼 부우연하게 환하다. 

이런 밤에는  읽혀버리고 마는

詩가 되고 싶다. 그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