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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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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치장 가는 길.


BY 천정자 2006-09-22

워떡케 걸려도 니가 나왔냐?

나 니 낳고 미역국도 몇 그릇 못 얻어 먹었다아..이 눔아

밭으로 논으로 튀어나가 너 뉘여놓고

젓먹이는 것도 눈치더라.

에구 내 무신 팔자가 이렇게 오뉴월 한처럼 서럽더냐.

 

아직 춥기는 너무 서글프고,

안 춥기는 아닌 것 같고.

영태할멈은 나에게 유치장까지 태워다 달라고

이른 새벽에 나의 방문고리를 흔들었다.

귀찮기도 하다. 나에겐 별로 가깝지도 않고, 먼 친척보다 뭇한 처지인데.

거리상 제일로 가까운 이웃사촌이 바로 나다.

여름 한 낮에 가도 될 유치장면회인데.

굳이 이른 새벽부터 서두르는 것이

그래도 아들 사식으로 뜨듯한 것이라도 넣어주고 싶은 마음일진데.

 

대충 거울보고, 아직 흰 안개가 자욱하여 가도 천천히 가야되고

영태할머니는 내가 자식인 것처럼 조수석에 앉아서

당신아들에게 말 건네듯이 혼자서 말씀을 하시는데

내가 그말을 듣고 옮겨주지는 못하고

귀로 들으니, 마음에 그냥 팍팍 찌르는 말바늘이니.

 

합의는 해준다고 하니께

잘하면 오늘 점심나절은 같이 먹을 줄 몰러.

그때까지 기다려서 우덜이랑 점심 같이 먹어? 잉?

 

형이 사방팔방 돌아다니면서 어떻게 돈은 마련했나보다.

이젠 의까지 끝내자고 덤비면서 어머니에게 매몰차게 했던 큰 아들이

어제 댕겨갔다고 한다. 그려 ..끊는다고 끊어지는 게 핏줄이 아니지.

 

도착하는 경찰서 뒷편에 안개가 더욱 진하게 희다.

그 곳에 내려 걸어 들어 가시는 어머니도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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