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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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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망다니는 여자


BY 천정자 2006-06-30

어렸을 땐 공부하기 싫어서 산으로 도망가고

결혼하기 싫어서 거리로 쏘다니기도 하고

엄마가 교회가라고 하면 교회가기 싫어서 일부러 주일 날 알바를 하고 피하다가 부딪히면 딱히 그럴 듯한 변명도 말하지 못하니

이리 저리 도망만 다니다 이렇게 결국 늙어가고 있다.

 

학교야 실력이 되던 안되던 내 마음데로 안가면 그만이지만

이 교회는 그렇지가 않았다.

 

남자들 군대에 의무적으로 가야 하는 것처럼

엄마는 나에게 당연히 풀코스로 보냈는데.

결혼해서도 엄마는 당연히 믿음이 좋아야 되고 열심히 교회 나가야 된다고

나에게 세뇌를 시켰다.

물론 어렸을 땐 놀데도 만만한 데 없고, 별 생각없이 다니던 교회인데

결혼 하고 나선 놀 데가 아닌 나의 삶의 한 장소를 차지 하는 것인데.

난 드디어 다른 잣대를 들이밀고 엄마에게 따지고 질문을 퍼부었다.

 

도대체 교회에선 매 번 갈 때마다  헌금을 수령해가냐?

그런 돈도 없는 사람들은 한 일년 유예해주고, 있는 사람들 대신 내주는 제도는 왜 안 만드냐? 없는 사람들 나라에다 세금 받쳐, 교회에 십일조 갖다 받쳐..무슨 봉이냐? 교인이..

무슨 시험보고 장로되고 권사되면 뭐하냐? 어떻게 해야 교회 잘지키나 그런 거 연구하는 사람들이냐?

 

오래 다닌다고 상주는 것도 아니면서 무슨 개근상 주는 것처럼 매 주마다 출석체크는 왜하냐? 새벽에도 밤에도 맨날 나오라고 왜그리 닥달하냐? 부부 관계도 교회처럼 닥달하면 질린다. 뭐 이런 애기를 했는데 울 엄마 나에게 성경책 집어 던지며 다시는 안 볼 것 같이 성화시다. 니가  어디서 뭔 말을 들었으니 불경스런 말들을 겁도 없이 떠들어 댄다고 하신다. 그래도 있는 그대로 그동안 다닌 교회에서 겪은 그대로만 애기 한건데, 가감없이 정직하게 내 궁금한 사항을 열거 했는데 돌아 오는 것은 몹쓸 전염병에 걸린 환자처럼 엄마는 다그친다. 어디서 기도를 받아야 한다는데, 그 땐 내가 아연실색을 하며 그랬다. 차라리 딸 포기하라고..

없는 셈치라고 했더니. 엄마는 영혼을 그렇게 포기하는게 아니란다.

 

 어쨌거나 난 엄마가 말하는 모태신자는 확실하지만 그건 그 때의 상황이고, 지금은 신자가 아닌, 사실 신이 있던 없던 그건 나중일이고, 지금의 종교에 관해서 더도 덜도 아닌 관심 밖이다. 성경을 열심히 읽으라고 엄마는 늘 그러신다. 그러면 나는 성경 말고 외경이 있다는데

그런 거 읽어주는 교회는 왜 없는거여? 그러면 울 엄마는 또 날 째려본다. 하긴 작가들이나 소설가들은 성경을 몇 십번 읽으면 된다는데, 난 그런 것에 뜻이 없으니 몇 번 봐도 앞 뒤 안맞는 구성에 내 머리 골치 아프게 할 필요도 없다고 했더니 엄마가 한 숨만 푹푹 쉰다. 말로 될 것 같지 않은 듯 싶으니 나에게 책을 보내시는데 맨 간증집에 무슨 신앙수기에 그런 책을 보내는데, 난 그대로 내 책꽃이에 껴 놓는다. 아무리 봐도 나에겐 이해가 되지 않으니 도무지 교회하고는 적이 아니면 교인이 못되는데 어쩌누...

 

 그러는데 우리집에 두명의 여호와증인이 우리집에 오셨다. 그들은 가정의 평화이니 구원이 어쩌니,,종말이 이렇게 온다느니 나에게 열심히 설명을 하는데, 울엄마 말이나 여호와증인이 하는말이나 거기서 거긴 경계가 모호하다. 들어주는데만 세시간이 지나니 힘이 드는 건 말하는 사람이다. 또 뭔 자료라면서 천원만 달란다. 난 받고 주었더니 간다. 그 자료는 울 엄마가 준 책옆에 끼게 했다. 그러곤 잊어 버렸는데...

 

 그네들이 또 왔다. 뭘 알려주러 왔단다. 진리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냐고 그런다.

속으로는 울 엄마가 그??쨉?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 그런 생각이 퍼뜩 들었는데 말은 안나온다. 이번에도 한 두시간은 일장 설교를 한다. 성경 몇 구절부터 밑줄 그어가며 설명을 하는데 나 다 아는 얘기다. 하긴 사십년 넘게 귀동냥 들었으면 목사 뺨치는 수준이라도 별 탈 없을 것인데, 과연 이들이 무슨 작당으로 나를 끌어 갈 곳이 따로 있나 싶었다.

 

 대답만 연신 두시간은 하니 또 그네들이 지쳤나 무슨 자료라고 준다. 난 이번에 얼마드려요 했더니 웃는다. 그냥 가지라고 한다. 그래서 그냥 받고 그들이 돌아가고 물 한 번 벌컥 벌컥 마셨다.

 

 그 때 딸내미가 들어오고 아들이 들어오더니 그 자료가 눈에 띠었나 읽어본다.

별 말이 없다, 나도 더이상 왈가 왈부하고 싶지 않다. 뭐든지 내 발목에 족쇄처럼 매어오는 사상이라든가  그런 거 나에게 잘 어울리지 못한다.

 

 그저 이런 상황을 벗어나고 싶은 멋모르는 코끼리 같다. 도망가고 싶다. 그들로 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