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먹어 나 혼자 살게 되면
누구 사내가슴 훔쳐 넓어진 붉은 접시꽃을
대문앞에 심어 같이 살거다.
떠났다고 이미 접어진 찬 마음이라면
모르고 살고 싶어서다.
오후 다섯시가 넘어
여름 반달이 얼른 나올 땐
대문 홀딱 열어
밤바람 쉬게 할거다.
여기 온적이 없다고 시침떼면
훔친 마음을 너르게 평상에서 곱게 달빛으로
다림질하고
기다릴 거다.
접시꽃이 피는 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