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부 아줌마였다.
어쩌다가 타릴공장 사장과 계약을 하고 난 후
난 인사차 그 사무실에 또 갔다.
사장은 없고 후즐근한 여자가 모자를 쓰고
퉁명스럽게 지금 안계셔요. 어디서 왔지라?
예 보험회사에서 왔습니다.
청약서하고 약관은 갖고 왔는데.
증권은 본사에서 등기로 보낼 것입니다.
그 아줌마는 듣는 둥 마는 둥 받은 청약서를 저만치 있는 책상에
훌덕 던지며 그런다.
이번엔 또 어떤 년 넘어 갔구 먼....
나에 대해선 있는지 없는지 이미 사정거리에서 벗어난 것 같고
난 그렇게 그 사무실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아줌마 막 나를 부른다.
이봐요? 보험 아줌마?
예?
차라도 한 잔 하고 가유?
그러죠...
아까 그 말 한거 너무 신경쓰지마유..
실은 내가 여그사장 마눌인디.
이거 자리만 있지, 별 신통한 게 아니니 내가 열나서 한 말인게
너무 신경쓰덜 말아유.
근디 어려보이는 디 나보다 한 참 아래인 것 같고마..
통성명이 먼저가 아닌 나이부터 먼저 깨고 들어오는 아줌마의 말트임이
내 귀를 번쩍 잡았다.
아 예 제가 한참 동생이겄네요..
그럼 동생이라고 불러도 되겠남?
그야 어렵지 않죠..
하얀 종이컵에 녹차 하나 풍덩 빠져 있는데
난 그 이후 할 말이 없었다. 그럼에도 당장 언니가 된 그 아줌마는 내가 듣던 안듣던
확인도 안하고 또 말을 하였다.
시멘가루가 독한 겨..아니면 내 페가 곤구리 되가지고 웬만한 일에 눈하나 껌벅하지 않아.
서방이라는게 연장질하는거 기껏 다방년들 뒷구멍에 하는거는 봐 주겄는디, 멀쩡한 유부녀는 왜 건드려... 미친 놈이 하늘이 왜 높은 줄 알겄냐고 나보고 묻데...
근디 동생한테 뭐라구 하면서 보험 넣데?
예?
모르는 감? 울 서방 이동네에서 내놓으라하는 난봉에 바람둥이라는 거?
아~~ 예....
듣고보니 나도 그 중에 한 여자인 줄 알았나보다.
그럼 내가 이 아줌마한테 형님이라고 불러야 되나...
계약은 직원이 하고 마무리는 사장이 하는 대리점이라는 거 아줌마한테 설명 한다고 해도
통할 리가 없을 것이고.
그나저나 이 보험은 유지되는 거 십중 팔구는 꽝이다.
오해 받는 거엔 나도 이력이 붙었고, 더 하면 그런 거 신경 쓰지도 않는데
문제는 이 아줌마의 입담에 나도 혀가 쑥 기어 들어간다.
또 한다. 말을...
니이미... 지만 좃이 있남... 나도 찾으면 월매든지 있어... 지미 좆도...
나이먹어 남는게 뭔 줄 알어... 자식들 시퍼런 눈깔만 아니면 난 못 할 줄 알어...
돈 번다고 남 무시할 때.. 내 가슴 염장지르고도 모질라 불질러...
내 언제고 치부책에다 적어 놓고 지 죽을 때, 아님 내 죽을때 다 따지고..
다아 따져보고...
휴우, 내가 숨을 몰아 쉬기 바쁘다. 나도 살다보니 별 말을 다 듣는다.
비록 달지도 않고 쓰디 쓴 소주한 병 다 마신 후 몽롱함에 난 일어날 줄을 몰랐다.
그니께 동생도 일찌감치 손 놔버려...
지깐에 이 시상돈 다 지꺼라고 지랄 했는지 모르지만 그거 다 사기여...
뭔 말을 못하겠능가?
여자의 말은 너무 아프고 쓰리다.
만일 저 아줌마가 詩를 쓰면 욕도 詩가 될 것 같았다.
난 부리나케 일어났다.
저 막걸리 한 잔 사도 되겠는지요?
제가 형님으로 모시죠. 오늘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