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창피해서 니 차를 보면 기함도 안 나온다.
어지간하면 이런 말도 안한다.
범퍼는 덜렁 덜렁하게 누더기되고
깜빡이등은 또 언제 깨 먹었냐?
밀려서 문도 잠겨 열리지도 않고
도대체 이게 차냐? 경운기보다 더 지저분하다.
그러니까 차 좀 고치던지 바꿔라.
내 돈은 줄테니.
응?
작년에 두번이나 접촉사고를 겪은 나의 애마는 지금 남보기엔
상태가 영 아니다. 하긴 내가 봐도 심하다.
찌그러진데가 더 많아 멀쩡한 데가 별로 없다.
후진하다가 기둥에 박혀 쑤욱 들어간 멍부터 깨진 미등에
덜렁거리는 트렁크를 철사줄에 매달아 놓은 것을 보고
남편은 소리만 버럭 버럭 지른다.
도대체 언제까지 버틴다는 겨?
버티기는 뭘 버텨?
잘만 나가는 구만..
엔진 빵빵해서 높은 각도로 몰아도 기아변속 안해도 힘이 좋아서 쑥쑥 잘 넘어가고
승차감 아직 좋고, 앞은 아직 멀쩡헌디, 뭐하러 뒤를 고치냐구?
남들 보기 좋으라고 내 차에 화장할 일이 있남.
그래도 고생한다고 내가 젤로 아끼는 건디 너무 무시하지마세요.
이렇게 남편에게 대들었는데.
시골은 그래도 눈인심이 좋아 별 말이 없다.
문제는 도심 한가운데에 있는 내 사무실에 차를 끌고 다니는데
삐까번쩍 하는 차들이 내 주위에 가까이 오지 못한다.
슬슬 피하고 주차를 해도 내 옆은 널럴하다.
별 신경을 안쓴다. 나야 고맙지, 요즘에 얼마나 주차공간이 부족한데
다른 직원들은 아예 내 차에 대해서 언급을 피한다.
뭐라고 했다간 난 내차에 데리고 와서 엔진상태와 앞에 얼굴을 꼭 보여주고 그래서 난 설명을 해주는 차주인이라고 소문났다.
귀찮은 것이다. 괜히 차 얘기했다간 또 붙들려가지고 한시간동안 나의 접촉사고내역을 들어야 하니.
그런데 이젠 단골로 가는 카센타 사장도 그런다.
사장님 웬만하면 차 좀 고치시던가, 폐차하고 새로 사시든가...
그러죠.. 한 이년은 더 몰 수 있죠? 아직 엔진이 힘이 좋습니다.
저 오늘 이 차로 부산가야 하는데 잘 좀 봐주세요?
카센타 사장님은 별 수없이 본네트를 열고 엔진 점검하고 부동액 부족한가 뚜껑 열고
엔진오일 상태를 자로 재고, 난 옆에서 한 참 들여다 본 후에 본네트 닫고. 별 이상 없슴! 보고 받으면 그걸로 만족이다.
그나저나 울 남편 또 애기 할텐데...
차 좀 고쳐? 그러면 이젠 뭐라고 대답을 준비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