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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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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를 책임져?


BY 천정자 2006-05-23

중매는 잘 해야 한다.

잘 연결해줘야 한다. 다리가 튼튼한 것처럼.

특히 사람을 사이에 두고 몇 번의 인연으로도 안 될 일들이

이 중매에 달려 있다는 것을 새삼 절절하게 느꼈다.  

 

알고보니 나를 두고 두명의 중매인이 있었다.

한 명은 엄마의 교회 정집사님.

또 다른 한명은 그 남자의 외삼촌이 소개한 중매인.

둘 다 여자였다.

 

물론 정집사님은 아무것도 모르고 일을 진행시켰고.

상대쪽 여자 중매인은  각본을 짜듯이 일을 진행시킨 것이다.

 

 

그게 그러니까  최재간과 천정자가 만나는 일이 아닌 것이다.

선도 아니었다.

그 남자의 집안에 장손이 있는데. 가난해서 학교를 못 다닌 것도 아니고, 해 바뀔 때 마다

사고치면 뒷정리를 해주느라 온 집안이 들썩이게 하는 조카였다.

나를 만났을 무렵에 사람 만들어야 한다고 외삼촌 공장에서 일을 하랬더니

반은 결근이고, 툭하면 다른 직원과 시비가 붙으니 외삼촌도 두 손 두발 다 들었다고 했다.

 

 

그런데 그 남자의 부모님은 재산이 많았다. 외삼촌의 공장이 부도 나기 전 부모가 부도를 막아주는 대신 외조카 직장에 결혼보장이라는 조건을 댄 것이다.부도막기가 더 급한일이었으니 그 약속은 쉬운 일이었으리라.  외삼촌 한테는.

 

 

 문제는 조건을 보니 이거 그냥 결혼 시키는 것은 고사하고, 당장이라도 누나만 아니면 벌써 공장에서 퇴출시키고 싶은데. 부도 막아주는 조건이 결혼과 직장이었으니 시늉이라도 보여 줘야  누나의 성화에 덜 시달렸을 것이다.

 

 

그래서 전문적으로 중매를 해주는 결혼정보회사니, 중매인에게 명함을 내밀어도 중졸에 얼굴 보니 모두 고개를 내저으니 외삼촌도 할 수없다. 한 번이라도 선보게 하고 퇴짜 맞으면 지놈탓이다! 이런식으로 몰아부쳐 선 볼 아가씨 구함으로 어찌 어찌 우리교회 정집사님한테까지 도착 한 것이다. 물론 사진도 어떤 개인신상정보도 없이 말이다.

 

 

 그런 과정을 모르는 나는 일차니 이차니 선 보러 나간 아가씨였던 것이다.

우린 달랑 둘인데, 외삼촌은 선이라도 보게 했으니 그 증거로 외숙모, 외삼촌, 그 쪽 여자 중매인. 그 남자. 또 다른이는 누구인 줄 모르지만 이건 아예 처음부터 남보기엔 상견례였다.

 

 

 그런데 어찌 된 일인지 선 보는 총각과 아가씨가 닮았으니 애기가 백팔십도로 확 바뀐 것이다. 당장 외삼촌은  대전으로 내려가 재간이 색시가 따로 있었다고 선 본 이야기를 얼마나 하셨으면 그부모님이 외삼촌 집에 상주해서 우리를 만나야 한다고 서두르니, 중매한 정집사님은 내 의견도 묻지 않고 매일 엄마에게 재촉한 것이다.

 

 

  만일 한 번이라도 나에게 선 본 후 소감을 물었다면 당연히 노우였다. 결혼엔 전혀 뜻이 없었기에.

 

 아뭏튼 그 남자는 더욱 난리가 난 것이다. 외삼촌이 선 보게 한 것이니 뒷마무리도 당연지사다. 그 아가씨 아니면 다른데 선도 결혼도 안 할 것이고, 그렇게 말 했으니 외삼촌은 어쨌을까. 이 참에 조카 결혼시켜 사람 만들어보자 !

 

 그런데 중매인은 아무 대답이 없다. 물론 그렇게 만나자고 하는데 도무지 아가씨 쪽 에선 강건너 불 난 것처럼 쳐다보고 있으니 더욱 답답할 일인 것이다.

 

 결국 그 남자의 전화에 엄마가 부모를 만났다.

가더니 소식없다고 하더니 하루종일 엄마는 돌아오지 않으셨다.

저녁 나절에 오셔서 대뜸 나 보고 그런다.

 

" 니 시집가라... 헷갈릴 거 없이 ..."

눈만 멀뚱히 뜨고 있던 나는 엄마! 내가 결혼 하는 거지..

무슨 시집은 가?

 

 저녁을 먹으면서 엄마는 또 일장 연설 하신다.

세상에 너만 오면 된다고 하더라. 아무것도 필요 없단다. 외삼촌을 보니 사람도 된 것 같고

니한테 과분하다. 거 매일 찾아오는 기생오라비같은 남자는 너 아니더라도 여자들 쌔고 쌨다. 괜히 그거 치닥거리하다가  평생 속 썩이는 것보다 훨씬 낫다.

 

 밥먹으면서 들어보니 맞는 것 같은데...

 내 남자 고르는 거 아무나 할 짓이 아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