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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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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남자들 이야기


BY 천정자 2006-05-22

엄마가 날 유심히 본다.

아침에 일어나라고 부르는 이름이 못난이다.

 

난 엄마를 닮지 못 한  딸이다.

백프로 닮지 않았다.

 

엄마의 말씀으로는 내가 딸 하나를 낳기 다행이지...

또 있으면 큰 일 날 뻔 했다고 푸념한다.

 

나 말고 남동생을 셋이나 낳으셨다.

그런데 그 남동생들은 모두 엄마를 닮아 잘 생겼다.

인물 났다고 한다.

 

나는 아버지를 그대로 옮긴 것처럼 똑같다고 했다.

물론 나의 아버지는 내 기억에 얼굴이 희미하다.

일곱살 때 돌아가셨기 때문이다.

 

하는 짓도 아버지랑 별 반 다를 게 없다고 했다.

엉뚱한 짓 잘하기로 선수이고, 남 웃기게 생겨 인기도 많았다고 한다.

만약 지금 태어나셨다면 개그맨이 되어 있을 거라고 했다.

 

나를 또 유심히 보면서 차라리 남자이면 괜찮을 팔자인데

그 얼굴에 여자로 태어났으니  어쩌면 좋겠냐고 나보고 하소연 했다.

남도 아닌 부모가 자식보고 하는 말씀이 허구 헌날 그랬는데

하루아침에 역전이 된 것이다.

 

찾아오는 남자는 하나가 아니고 둘이 되었다.

전화를 안 받으니 궁금해서 또 오고,

선 본 남자는 보고 싶다고 연신 들락날락 한다.

 

일차 이차 선 볼 것을 예상한 울 엄마는 혼동을 하셨나 한 번은 그 남자. 선 본 남자.

두 사람 이름을 바꿔 불렀다.

 

자급하라고 하신 울 엄마는 누굴 골라야 할 지 걱정이였다.

나를 유심히 보고 그런다. 어떡 할 거냐고 ...

심란하신거다.

 

나도 참 난감했다. 우스개소리로 엄마가 하나...나머지는 내 거...

또 길길히 난리시다. 어른들 안목이야 당연히 조건 좋아야 제일이고.

난 도무지 두남자를 번갈아 살펴 봐도  가슴만 훵하니 시큰둥하다고 했더니 배부른 소리하고 자빠진다고 얼른 선택하라고 우격다짐이시다.

 

그러다가 한통의 전화가 울렸다.

" 아, 잠시만 기다려봐요"

누구냐고 손짓으로 묻는데, 엄마가  재간이라고 한다.

전화를 받았다. 수화기를 통하여 들려오는 목소리가 다급하다.

 

" 저기요 오늘 우리부모님이 거기로 가신다는데..."

뜬금없이 부모님을 왜 모시고 오냐고 했더니..

" 큰 일 났어요. 정자씨가 저를 책임져야 할 일이라니께요?"

 

서둘러 전화를 끓는다. 멍청하니 수화기를 들고 있는 나를 보고 있던 엄마가 왜 그러냐고

다그치는 목소리에 정신이 번쩍 났다.

애기를 했더니 엄마는 대수롭지 않게 간단하게 대답했다.

만나는 거 하나도 어렵지 않은 디... 니가 무슨 책임을 지라는 겨?  

니 혹시 일 저질렀냐?

 

기도 안찬다. 여자가 남자에게 뭔 일을 내냐구?

이렇게 말은 했는데 꺼림직한 게 뭔가 한가지가 걸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