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산나무가 너무 오래 살았지..
계절을 밥 먹듯이 해대곤 하더니
지난 밤 벼락에 오른쪽 가지가
분질러 졌어.
오늘은 그 굵은 가지를 주으러 걸어가지.
나도 오랫동안 그 나무 그늘아래서 늙었지.
언젠가는 이렇게 이별을 알았는지
나도 서운하지 않을 만큼 명복을 빌기도 했지.
지금은 아주 작은 강줄기를 따라 내려가고 있어.
미나리가 푸르게 연두색꽃을 피워대고 있었는데
흰나비가 끌려 다니고 있었어.
끈없이 팔랑팔랑대는 날개에
향기들이 넘실대며 춤추는 것을 지나쳐 버리고
질 질 끌려오는 당산나무 늙음에
힘이 부치는 눈치였지.
오월은 꽃이 피기도 하지만
꽃지는 날이 온통이야.
땅바닥에 지진이 날 정도로
흔들리는 멀미를 자네도 엊그제 보았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