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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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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처럼 못생긴 그 남자.


BY 천정자 2006-05-18

정집사님은 나보고 고르란다.

사진도 아니고 한 사람은  모기업체에서 작업반장이라나 뭐라나 하고

한 사람은 중학교 졸업만 하고 지금은 외삼촌 회사에서 공장장 이란다.

 

어이가 없었다. 사람을 무슨 물건 고르라는 듯 재촉하는데.

나나 엄마나 선은 처음이고 보니 더욱 막막했다.

 

사람을 알 수가 없고 성도 이름도 얼굴도 모르는 사람을 단지 조건만 나열하고 고르라니

더 막막했다.

 

이래 저래 별로 좋은 눈치가 아니였는지 정집사가 직접 외삼촌 공장에서 일하는 남자를 먼저 만나란다. 나는 선도 일차 이차 이렇게 보는 건가 했다. 순서 정해놓고 시간별로 돌아오는 그런 것처럼. 엄마도 그러자고 한다.

 

쇠뿔도 단김에 빼라고 당장 내일 만나자고 한다. 내가 쇠뿔인가.. 치워버리자 빨리 이런식으로 몰아 부치니 정신이 어리벙벙하다. 그 동안 한 건의 선도 들어오지 않더니 찾아오는 남자에 선도 한번에 몇 건씩 밀려들어 오니 나도 황당한 것이다.

 

얼결에 약속을 하고 보니 선 볼때 입고 나가는 정장 한 벌도 없다.

엄마는 할 수없다  다른 집에 가서 빌려본 다고 하더니 도로 빈 손으로 오신다.

왜그러냐고 하니 옷이 있으면 뭐하냐? 니 몸에 맞는 게 없는데.

 

입던 청바지에 티를 입고 그렇게 선보러 갔는데.

난 울엄마 한 사람만 동행했지만 상대는 다섯명이나 죽 앉아 있었다.

이거 누가 선을 본다는 건지 한 참 둘러 봤는데.

내 시선이 그냥 고정 되었다.

엄마야... 나랑 똑같이 못생겼다! 엄마 그치?

 

울엄마는 나를 보고 그 남자 보고 그렇게 몇 번 번갈아 보더니 신기한 듯이 나보고 그 옆에 앉아 보란다. 시키는데로 앉았다. 다른 이들도 모두 기가 막힌 얼굴로 어쩌면 이렇게 닮을 수가 있냐고 그런다. 모두들 난리다. 어디서 뭐하다 이제야 나타났냐고. 정작 당사자들은 말이 없다. 서로 각각 자리에서 빠지고 달랑 둘 만 남았는데.

 

남자가 나보고 씨익 웃었다.

진짜 어디에서 살다가 이제 나타났냐고 묻는데. 나도 그렇게 도로 묻고 싶었다.

점심을 같이 먹자고 하는데 뭐 좋아 하냐고 묻는다.

물으나 마나 바로 옆동네가 장충당 공원이고 그 옆에 한 참 잘나가는 족발집이니 거기로 가자고 내가 앞장 서고 속으로는 남자로 안 보이고 나랑 닮았다는 이유로 또 기분이 나빠졌다.

 

하필이면 그 많은 사람들 중에 형제 빼놓고 닮은 이유가 없을 남이 나랑 선 보다고 나온것이니, 결혼에 뜻도 뭣도 없는 여자의 눈에 대수롭지 않은 것이다.

 

남자는 족발을 먹으며 그런다. 일찍 기술을 배우느라고 학교도 중학교만 나오고 그러니까 늦게 까지 여자들이 덤비는 사람도 없고 선도 한 번도 못 봤다고 털털하게 애기한다.

난 연신 상추에 족발쌈을 먹으며 그건 나랑 똑같네 생각하며 새우젓 찍어먹고. 한 참을 애기를 듣다보니 통성명도 없이 마주 보고 족발을 뜯는 두 남녀가 된 것이다.

 

저기요... 이름이 뭐예요?

아! 이름을 빼먹었네. 최 재간인데...그 쪽은?

천 정자예요.

 

재간이라... 나도 내 이름 참 유별나지만 재간이도 만만치 않다.

점심을 먹었으니 헤어져야 하는 게 선인 줄 알았다. 나나 그 남자는 첫 선이었으니

 선코스는 잘 모른다. 그래서 난 집으로 그 남자도 자기집으로 갔다.

 

저녁에 정집사가 엄마에게 전화가 왔었나 보다.

중매를 하였으니 내 의사를 물어 볼려고 한 줄 알았다.

 

엄마가 한 참을 통화 하더니 나를 보고 대뜸 묻는다.

그 남자한테 시집 갈래?

뭐?

 

아이구 난리났단다. 그 남자집에 부모님이 너 다시 본다고 대전에서 밤기차로 오고 있단다.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남자랑 똑같이 생긴 색시라고 했다나..

그런다고 무조건 시집을 가냐고 물어 보남?

 

그나저나 진짜 나처럼 못생겼다. 그 남자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