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이야 핸드폰에 메일에 메신저에 본인이 직접 안와도 의사소통이 충분히 되지만,
그 때만 해도 전화 아니면 편지가 전부였다.
나는 가난한 것을 잘 모르고 산 것 같았다.
세상물정 모르는 것하고, 가난한 것 과는 별개로 알고 있는 착각속에서 살았었나 보다.
나중에 보니 그 나이가 되어 보니 아직 전화가 없고, 아직 우리집이 아닌 남의 집 셋방에 살고 있고, 변변한 가구하나 없는 우리집을 알게 되었다.
밥 세끼 굶지않고, 살기에 별로 걸리적 거림이 없으면 모두라고 생각의 영역엔 돈이 없어서.
집이 없어서 무엇이 부족해서 누굴 눈치보는 것도 미숙했다.
순전히 엄마의 세뇌에 길들여졌을 지도 모른다.
없으면 없는데로 살아도 불편함이 없이 살 수있는 것을 훈련시키려고 그랬는지 도 모른다.
그렇게 산업혁명처럼 너도 나도 집집마다 다 갖추었을 전화도 엄마는 남들이 성화에 못 이겨 설치를 했다. 그런지 얼마 안되어 그 남자가 찾아 왔고, 나 없는 사이에 전화번호를 물어보려 일부러 또 찾아 왔다고 엄마가 돌아오자 마자 숨 쉬고 있는데 뉴스 읽어주는 것처럼 큰 일을 알려주었다. 별로 느낌이 없었다. 반갑다거나 기분이 나쁘다거나의 전혀 감정이 일어 나지 않았다. 전화오면 받아주고 그러면 말겠지 했다.
그런데 아차 싶었다. 내 얼굴도 보고 갔는데..또 무슨 일이 남았길 래 일부러 전화번호를 알아 볼려고 이 높은 산동네까지 행차하셨나 싶었다.
아니나 다를까 저녁에 벨이 울렸다.
아무생각없이 여보세요 했다.
상대방이 조용하다. 또 여보세요 하니 접니다! 한다.
누구신데요? 그제야 아는 이름이 들린다.
그 땐 내가 아무말을 못하겠다. 뭐라고 하는데 도무지 내 머리속은 접속불능이다.
도대체 이 남자가 나에게 전화를 왜 했을까...
연애선수들은 그 다음에 어떻게 하고 순서도 단계별로 외우더만 난 도통 모르겠다.
또 쌀쌀하게 말했다. 뭐 때문에 전화 했어요? 그런데요. 아닌데요. 그래서요. 왜요.
어지간히 말 주변도 없다고 엄마는 또 참견한다. 그러니 남자가 없다느니. 여자가 말이 다소곳하지 못하니, 내가 그렇게 하라고 가르쳤냐? 그런데 뭐라고 그러데? 만나자고 그러냐?
그제야 그 남자와 통화는 했는데 내용은 전혀 기억이 나지 않는다.
또 엄마는 난리다. 이 참에 전화오면 전화번호도 물어보고 그러라는데. 연애 못하는 딸 내미를 보는 엄마가 더 애달으셔서 그런다. 세상 참 많이 바뀌었다고. 당신 어릴 적에 연애하면 죽을 짓이라고 동네 창피하다고 쫒겨다니며 몹쓸 짓이라고 했던 연애가 지금은 못하면 바보취급을 당하는 시대가 됐다고 나보고 자세하게 연애교육을 시킨다.
듣고보니 그건 그렇기도 했다. 고등학교를 남녀공학을 나 온 게 잘못이라니까.
남자로 안보이고 죄다 사람으로 보이는데. 그럼 어떡해?
다음주에 선 보다가도 그렇게 말투가 무뚝뚝하면 바로 퇴짜다! 너는..
엄마는 신신당부다. 제발 그놈의 성격 좀 얌전하게 하라고.
그래놓고 느닷없이 묻는다.
그런데 그 남자는 니가 어디가 좋다고 또 왔을까?
나도 그게 궁금했다. 분명히 내 얼굴도 우리집도 울 엄마도 다 봤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