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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어머님이 하신 김치를 친정에 나눠주는 일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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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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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은 없다,


BY 천정자 2006-05-16

결혼한다는 것은  나랑은 상관없을 것 같았다.

기필코 꼭 시집을 가야한다는 법 조례항도 없었다. 그 때는...

 

그렇다고 마음데로 살다가 죽으라는 법도 없었다.

늙어죽는 것은 기정 사실이다. 내가 천 번 만 번 부인한다고 해도 그럴 것이다.

 

우리 엄마는 신실한 기독교인이시다.

물론 난 어머니 뱃속에서 부터 교회를 다닌 모태교인이다.

우리 엄마는 이런 걸 나에게 종용하다시피 세뇌를 시켰다.

툭하면 넌 교회일을 아주 잘하는 사역자가 되야 한다고 말했다.

 

문제는 나의 생각이었다.

분명히 난 교회를 다녔지만, 생각은 엉뚱한 삼천포로 빠지고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주 도발적인 반항이었지만

그렇지 않았으면 난 지금 목사아니면 전도사가 되어 있을 줄 모른다.

 

삼십년을 다닌 교회에서 나를 가만히 내버려 둘 테세가 아니었다.

특히 어머니의 빽은 컸다. 집사님들의 합심으로 내 선 볼 자리를 알아보고 둘러보고

그래도 난 걸려들 남자가 없을 거라고 했다.

 

뭘 정정 당당히 내세울 학벌이라든가, 직업이라든가, 미모라든가가  다 빠진  별 볼일 없는 여자. 스믈일곱인데도 제대로 된 세상물정도 익혀놓지 못한 칠칠한 딸내미를 울 어머니는 자랑스럽게 내놓지 못했다. 혼례시장에 말이다. 

 

그러는 중에 달랑 주소만 하나들고 내 이름도 아닌 남의 이름으로 나를 찾아온 남자는

하늘에서 뚝  떨어진 남자보다 더하면 더한  귀중한 것이었다. 특히 울 엄마는 이게 무슨일이냐고 나를보고 다그치는데. 일이나 제대로 저지르지 못하고 뒷통수 후려막는 감정이 더욱 속상했다. 정정당당히 편지로 나 언제 찾아 갈테니 선전포고라도 보냈으면 기다리는 마음이라도 즐겼을텐데. 이건 그게 아니었다. 지금의 아무렇지않게 스팸으로 보내는 메일 받은 기분과 같았다.

 

난  쌀쌀하게 대했다. 울 어머니는 찾아 온 사람을 문전 박대한다고 되레 나보고 혼내고

그렇게 정리하여 다방에 마주 앉아 보니 이거 얼굴이 너무 잘 생긴 것이다.

 

내가  못생겼다고 더욱 기죽일려고 왔나... 무슨 남자얼굴이 이목구비가  서양 남자 얼굴처럼 반듯하다. 물론 다방 조명이 어둠컴컴해도  내 얼굴이나 잘 가려주면  고마울 처지였다. 

별 말도 하지 않았다. 이제 얼굴 봤으니 찾아오라고 사정을 해도 안 올 것이 분명하니 식기전에 얼른 커피나 마시고 일어서면 그만이었다.

 

물론 그 쪽도 별 말이 없었다. 글로 온갖 미사여구를 치장하여 보낸 편지같은 여자인 줄 알고 왔다가, 무뚝뚝한 표정에 반가운 기색 하나도 없는 내 얼굴을 힐끔 힐끔 보기만 했다.

 

한가지를 물어봤다. 지금 뭐하시냐고..

저요..지금 열심히 놀고 있죠.. 딱히 할 일도 없고...

 이러면 아 예 하고 말 줄 알았다.

 

" 글은 안쓰세요...어디에다  공모라도 안하나요?"

 

잠시 멍청하게 그를 바라 보았다. 이게 그게 아닌데... 

그 동안 내가 할일을 못하고, 숙제를 안해 간 학생처럼 초조해지기 시작했다. 갑자기

그런 걸 왜 묻냐고 했더니 대답을 안한다.

 

분위기가 이상해졌다 . 젊은 남녀가  마주 앉아 아무 말없이 바라보는 거 일분이 아니라

일초도 못견뎠다. 얼른 일어나면서 커피값은 각자 내자고 하며 나갔다.

 

돌아오는 골목에서 난 숨이 턱턱막혔다. 늘 오르는 산동네인데 마주쳐 오는 행인을 위해서 잠시 멈춰 길 내어주는 그 좁은 달동네 골목길이 왜그리 높고 넓게 느껴지는지 숨이 헉헉대게 집에 다 왔을 무렵 산능선에 해가 걸쳐져 있었다.

 

엄마는 느닷없이 나에게 질문을 해대었다.

뭐하는 사람이여?

학교는 어디까지 나 온 겨?

직장은 어디여?

 

듣고보니 이름만 얼굴만 알지 그 이외는 아무것도 모른다.

관심이 없으니 그 선에서 끝내는 것도 무리는 아닌데..

 

왜 대답을 안하는 겨? 엄마의 재촉하는 소리에 난 뜬금없는 대답을 했다.

엄마! 나보고 글 안 쓰냐고 물어보데?

 

뭐?

엄마나 나나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

그 걸 물어보려고 여기까지 찾아 왔데?

모르지.. 난 그냥 내 커피값만 내고 집으로 온 거야..

 

엄마는 또 틀렸구나 하는 얼굴이다. 보나마나 할 말이 없으니 그렇게라도 헤어져야 서로 부담없을 거라고 생각했나

" 어쩐지 너랑은 너무 차이가 나더라..키도 그렇고 얼굴은 잘 생겨서 여러여자 울리게 생겼더라.. 신경쓰지 말고 니 다음 주에 정집사가 중매 해 준다고 하는데 이 참에  선 봐라?"만약에 그 남자가 찾아 오지 않았으면 선도 중매도 거절 했을 것인데.

난 얼른 대답을 하고 말았다.

 

까짓거 선 본다고 결혼하냐?

노느니 뭐하냐? 심심하면 불러 낼 친구나 사귀지 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