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니! 있잖아
언니가 쓰는 화장품이 어디거여?
왜? 난데없이 그런 걸 물어 보는 겨?
아니! 언니는 주름방지제가 있는 특효약이 있는 거 그런 거 바르는 거 아녀?
아닌데...
동생처럼 잘 지내는 후배가 나에게 이런 질문을 하는 이유가 있다.
얼마전 자신의 잔주름 때문에 피부과를 다녀 왔단다.
돈도 많이 들었단다. 그 걸로도 다가 아니란다.
치료를 받아야 한단다. 일주일에 두번씩 피부관리도 받아야 하고. 맛사지에
무슨 기능성 화장품도 바르고 듣고 보니 이거 장난이 아니다.
같은 여자이고 내가 네살이나 더 많은데
젊은 동생보다 내가 더 팽팽하다. 하긴 주름뿐만 아니다.
허리도 후배가 나의 꼭 한배다.
옷 싸이즈도 두 번 뛴다.
그래선가 이후배는 나를 유심히 쳐다본다.
언니는 뭘 좋아하냐고 묻기도 하고, 시장은 어디서 주로 보냐고 , 운동은 무슨 운동하냐고
은근히 자꾸 취재를 하는 것처럼 묻는다.
난 이런 질문에 딱 이거다 저거다 대답을 못하는 게 더 당혹스럽다.
원래 체질이 그런가보다 하고 살고
못생겼네 안이쁘네 그런소리를 듣고 살아선가 피부에 전혀 관심이 없다.
운동도 게을러서 어디를 맡아놓고 가라고 해도 까먹지 않으면 못가는 게 부지기수 일 거다.
이런 나의 솔직한 애기를 했더니 감추지 말란다.
다아 비법이라든가 무슨 방법이 있단다.
참 내 거짓말로 비법을 만들어 또 누구 얼굴 망치라고 사정이다.
참 ~~ 내 . 나보고 뭘 어쩌라는 거여?
언니네 집에 한 번 오고 싶단다.
그러라고 했다. 기대는 하지 말라고 했다.
집에 오더니 언니 화장대는 어디에 숨겨놨어?
아니 .. 원래 없어!
진짜 화장품도 아무것도 안 발러?
없으니께 바를게 없지..그래도 사는 데 지장이 없어...
후배는 여기저기 뒤지는 것처럼 돌아 다닌다.
언니! 비누세안은 하는겨?
샴푸도 없더만? 혹시 빨래비누로 머리 빨아?
아니...비누 세안대신 쌀뜬물 모았다가 세수하면 얼굴이 안 땡겨...그리고 다시마 물을 우려서 린스처럼 머리 헹궈내면 그걸로 간단혀...
그래서 언니 흰머리가 하나도 없는 겨?
내가 일부러 흰머리를 없앴건 처럼 묻는다.
후배는 냉장고 봐도 되냐고 묻는다.
별 것 없는디...
열어보더니 진짜 별 거 없네... 뭐 해먹고 살아?
그냥 김치하고 밥 있으면 그걸로도 충분해...
가끔가다 별미라고 사먹는 거도 여기가 시골이니까 배달도 안 오데...
군것질은 하고 싶어도 참아야 된다,우리집은,,,,
그러다보면 잊어 먹어.
시장가면 정작 필요한 것도 잘 잊어버려가지고
남편한테 맨날 혼난다. 그냥 이러고 산다.
언니네는 도대체 있는 게 뭐여?
테레비도 안 나와, 피씨도 없어... 전화도 없어.. 그흔한 청소기에 세상에 어쩐일이여..
그래도 안 불편해?
원래 그렇게 살았는 데 뭘 ...
그런거 다 갖추고 살아도 죽겠다 죽겠다 하는 사람들 많더라..뭘...
요즘이야 세상 좋아졌다고 말하면 뭐하냐?
자신들이 불편하고 불만이 얼마나 많냐?
나도 그 중에 하나인데,,,그까짓 기계가 나하고는 무슨 상관이냐고?
안 그래도 나이먹고 열심히 늙어가는 걸 어떤 기계가 날 말릴 수 있냐?
돈이 있던 없던 어차피 죽으러 늙는 걸 뭘로 감추냐?
노화방지제를 아무리 몇 십년 쳐서 두텁게 바른들
결국은 할머니로 마무리 될 건데...
언니...
후배는 다소곳이 커피를 달란다.
난 커피는 없고 누룽지를 말린 걸 숭늉차라고 줬다.
구수하다고 한다.
사실은 이 누룽지차가 먹는 화장품이여...
뭐?
밥도 먹는 화장품이고, 김치도 나물도 과일도 다 얼굴만 발라주는 화장품이 아니고 몸 전체를 골고루 영양을 주는 화장품이다.
따로 필요가 없는 선택이 있다고 했다.
사람이라면 살아 있는 생명이라면 누구나 우아하게 늙어 갈 권리가 있다,
그 전에 모든 것은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과연 어디에서 살며 무엇을 하며 그렇게 살다가 늙어도
억울할 것이 하나도 없는 나를 먼저 알아야 한다.
주름은, 흰머리만 감추고 더디게 오라고 하지 말라.
내 주위엔 새로운것만 탄생이 되는 것이 아니다.
오래동안 벼르고 별러서 새 순을 틔워 내는 고목이 더 우아하다.
나도 어느 장날 참빗 사러 나오는 할머니를 보고
저렇게 사는구나 ...
우아하게 산다는 구나..
늙어간다는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