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만 되면 어디로 도망갈 데 없을까...
이 궁리 저궁리하다가 머리만 환장하겠다.
미팅이 있건 회의가 열두번이 열린다고 해도
이 놈의 병만 생기면 도무지 다리가 사무실이 아니고
산이고 들이고 바다고 헤집고 다니란다.
손전화도 툭하면 꺼놓고.
음성도 아예 차단시키고.
집전화는 아예 없으니까
나 찾으려면 일찍감치 포기가 더 쉽다.
사람 사는 환경도 중요하다고 했다.
그 말을 난 봄만 되면 백번 맞다고 생각한다.
동네 입구에 들어서는데 오래된 옛날 집을 포함하여
산벚꽃, 목련들이 뭉쳐가지고 산 하나 작살나고...
키작은 진달래가 붉음으로 땅바닥으로 흩어지고
이거 제 정신으로 봄볕을 견뎌내는 게 미칠 지경이다.
거기다 사월만 되면
난 새벽에 잠을 못 이룬다.
무슨 새들이 그렇게 지저귀는지....
한 사백년 된 탱자나무가 기지개 펴고 허리피는 소리가 듣고 싶어
그냥 무작정 달려간다.
다행히 십분거리에 있기 망정이지...
아침도 안해주고 여편네가 어디를 그렇게 식전 댓바람부터 쏘다니냐고
이 소리도 아예 귀못이 됐다.
무슨 꽃이던 풀이던 새벽에 보면 다아 디게 이쁘다.
산이슬에 말갛게 세수하는 자운영꽃에
보라색이 이렇게 황홀하게 빛날 수도 있겠구나...
어느 화가도 사진작가도 베껴가지 못할 빛이다.
왕벚꽃이 가장 화려하게 치장하는 시간은 햇볕이
막 돋아날 무렵이다.
어둠을 비키고 지나가는 자리에서 대신 햇볕을 먹는 시간이
새벽이니 사월이 되면 새벽에 잠을 아껴둘려고
아홉시만 되면 무조건 불꺼라 이런다.
유명한 그림이야 그럴 만한 이유가 있다.
많이 봐 줬으니 그렇다.
그렇지만 난 이상하다.
자꾸 그 뒤에 숨어있는 그림들을 찾았다.
키작은 할미꽃이 왜 그나마 고개를 숙이고 필까...
그 보다 더 키작게 벚어버린 토끼풀.
녹색이기 전에 무슨 색으로 살았을까..등등..
그것이 하루아침에 풀려질 비밀들은 아닐 터.
사월만 되면 바쁘다.
이것도 물어보고 저것도 봐야되고.
이거 아무래도 봄에 미쳐가나 보다. 나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