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가 무슨 바람이 휭 오는지
갑자기 영화를 보고 싶을 때가 있었다.
근처 사무실에 유명한 영화관이 있다.
한 번에 아홉개나 동시에 상영하는 극장이다.
줄거리를 보아도 시사를 보아도 일단은 난 미국에서 제작된 것들은
옆으로 쬐려본다. 사상이 불순 해보인다 싶으면 안 보면 그만이고.
그러다 국산 영화를 볼려면 더 헷갈린다.
잘 골라야 할텐데...
이러다 본 것이
" 스캔들" 이다.
내용이야 뻔한 이중생활 스토리이고.
다만 시대가 저만치 나보다 더 오래전에 살던 사람애기.
그렇게 한두어시간 머리비워놓고 보았던 영화같은 이야기가
나에게도 벌어졌다.
회사메일과 내 개인메일이 두개 있는데.
이상하게 회사메일에 자꾸 詩가 들어왔다.
스팸이라면 보지도 않고 삭제를 하는데
이게 그 성격이 아니었다.
시도 자작시인 것 같기도 하고
가끔가다 배경화면에 음악까지 곁들여 배달이 오는 것이다.
영화상이라면 마당쇠가 마님에게 전해 줄 편지를 안고
개울건너 징겅다리에서 쉬엄 쉬엄 왔을 그런 편지가
매일같이 메일로 전달해오는데는 어쩔 수가 없었다.
어떻게 보면 미안하고, 이렇게 생각해도 괘씸하고..
내 메일을 어떻게 알았을까 싶고.
그래서 수신거부를 했다. 과감히 한 통의 편지를 날렸다.
그동안의 메일이라도 충분합니다.
이젠 보내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고 마무리를 했는데.
다른 이름으로 또 메일이 날아왔다.
괜찮습니다. 제목으로 .
성질상 전화번호만 알았으면
당신 누구야 ? 했을텐데.
할 수없지. 지풀에 지쳐 보내다 보내다 싫어지면 그만하겠지.
가만히 생각해보니 내 얼굴을 한 번 보여주면
대번에 편지를 안 보낼 수도 있을텐데.
뒷모습보고 쫒아오다가 얼굴 보고 도망가는 남자들
내가 한 둘 겪었나.
거기다 무뚝뚝한 말투에 성난 곰퉁이를 겪어 보면
편지 보내달라고 사정을 해도 안 보낼 거다.
이런 생각에 한 번 만나야 알려줄 수 있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상황이었다.
그런데 나에게 보낸 메일 구텅이에 손전화번호가 있다.
나에게 전화번호를 물어본다.
전호번호를 아니 더 골치가 아프다.
모를 때는 못 걸어서 할 수없지 했지만
알고보니 더 갈등이다.
에라이 모르겠다.
동영상으로 넙대대한 내 얼굴을 찍어
고백합니다. 하고 보냈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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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년이 다아 지나가도
편지 한통 안왔다.
아! 나의 세컨드는 메일속에서만 사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