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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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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줌마는 멀쩡하다.


BY 천정자 2006-04-04

친구가  직접 운영하는 카페에 나는 일년에 한 두번가는 것도

많이 가는거다.

 

밤에는 술도 팔고 낮에는 밥도 파는 카페인데,

나하고 술은 친하지 않으니 갈일이 별로 없다.

 

특히 집에 들어가면 우리동네는 한적하다 못해 오지처럼 불꺼진 시골이니

밤 아홉시는 자정과 다름이 없다.

 

이 친구가  급하게 나에게 달려왔다.

알바를 하는 아줌마가 상을 당하여 내가 대신 카운터를 봐 달라고 말이다.

돈만 세는데는 나도 일가견이 있지만,

이거 괜히 남편얼굴만 힐끗 보기만 하니

남편도 머쓱하게 하루만 갖다오라고 한다.

 

입은 옷 그대로 차에 탈려고 하니까

내 옷 몇가지만 챙겨오란다.

 

블라우스던 정장이던 얼른 갖다오라니 나도 얼결에 차에 내 옷을 실었다.

돈 세주는데 정장입고 세나?

 

친구가 운전하면서 사실은 카운터가 아니고 도우미가 한 명 부족해서

나보고 그 자리에 앉아 있기만 하라고 한다.

 

그 도우미가 뭐냐고 물으니 내 친구는 도우미 몰라? 이런다.

모르면 모른다고 하지.. 그리고 이렇게 못생긴 도우미 부르는 데도 있냐?

 

친구는 나보고 웃으며 그런다.

얼굴은 못생겨도 몸매는 아가씨니까 봐줄만 하다는 것이다.

살다보니 별일이 나에게 생긴 것이다.

 

요즘은 아줌마 도우미가 더 인기라고 한단다.

왜그러냐고 물으니까  통하는 게 쉽다나...

 

그나저나 난 아홉시만 넘어가면 꾸벅꾸벅 조는데, 그럴때는 어떻게 하냐?

어이쿠! 야 ! 남은 아홉시면 초저녁인데 넌 취침시간이냐?

난 그려... 니도 시골에서 오래 살아봐라.. 이것도 문화다...

 

친구얼굴이 심각해진다. 자기야 카페자리만 채우면 그만이지만 조는 아줌마도우미를 끌고 왔다고 소리들으면 헷갈릴 일만 벌어질텐데...

더구나 술도 전혀 못 마시는 친구를 데리고 가는 본인도 갑갑할 일이다.

 

카페에 들어서니 이미 술자리가 왁자지껄이고...

친구는 우물쭈물이다.

 

나를 힐끔 힐끔 쳐다보는 이도 있고, 난  꿔다 놓은 보릿자루처럼 멀뚱히 서있고.

친구가 재빨리 화장실에 끌고 간다.

 

야! 니 진짜 조냐?

그러면 그렇다고 애기해야지 ... 그럼 거짓말하냐?

 

모르지 ..주방에 가서 그릇이나 닦으면 물때문에 안 졸 수도 있고.

내가 미쳐 미쳐...

미치면 어떻혀.

그러지말고 주방 아줌마보고 나오라고 해?

뭐?

내가  주방에서 그릇닦고  그러면 빈 자리 메꿔주고 그럼 됐잖아?

 

결국 카페주방에서 난 열심히 컵닦고, 접시 닦고, 남은 안주 먹고. 그러니 열두시가 다 되어갔다. 친구는 연신 주방을 들여다 본다. 왜그러냐고 물으니

" 안 조냐?"

 

그려... 아줌마는 멀쩡하다. 아직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