툭하면 우리집에 오셨다.
나도 참 바보다. 지금이야 이런 생각을 하지만
그 때는 오늘은 또 무엇때문에 시비를 거실까..
가슴이 늘 조마조마했다.
전화도 하도 많이 하시니 난 전화코드를 뽑아 버렸다.
그랬더니 이젠 전화 안받는다고 또 달려오셨다.
그래놓고 남편이 오면
저년이 니 등골 빼먹을 년이라고 아예 드러내놓고
며느리 흉을 보셨다.
어디까지 진행을 하실까...
당신 집에서 못살게 하겠다고 내 좆고,
이젠 나온 며느리집에 와서 허구 헌날 부부싸움을 시켰다.
난 맹추라 욱하는 성질에 박박 우기고 소리 질렀다.
당신 아들이 그렇게 아쉽고 귀하면 도로 데려 가라고 그렇게 소리쳤다.
까짓거 내쫒긴 며느리주제에 못할 말도 없었다.
당신은 나의 말에 움찔 하셨다.
또 이렇게 들쑤시는 것이 취미라면 얼마든지 하시라고 했다.
나도 아들을 낳았으니 당신 본을 그대로 이어 받아
두고 두고 익혀 먹어 그대로 써보겠다고 했다.
그 이후로 어머니는 우리집에 오시지 않았다.
나중에 보니 오시지 못하는 것 같았다.
이렇게 된 마당에 난 체면이고 나발이고 다 필요없는 치레였다.
남편과도 거리를 두었다.
잠자리도 말도 눈마주침도 모두 중단되었다.
아이들은 귀신같이 냉랭해진 엄마의 가슴을 파고 들었다.
매일 얼굴을 부볐다.
뽀뽀해 달라고 뺨을 디미는 아들의 얼굴을 난 무심히 보았다.
무엇이 이렇게 강력하게 흔들었을까.
그까짓 돈이야 벌면 그만이고
마음 오부지게 다 잡아 한 번 살아야지 하고 집어 먹으면 될 줄 알았다.
이상했다. 자꾸 맨 밑바닥에서 흩어져 보이지 않는 분노와 흡사한 바람들이
새벽이고 밤이고 낮이고 상관없이 불어왔다.
어머니에겐 큰 아들이 금쪽 같은 아들일 텐데..
그 금쪽같은 아들의 아내는 자식이라고 하던데.
무엇이 이렇게 변질되어 곰팡이 핀 바이러스처럼 오염되게 했을까...
그 까짓 재산이 뭐길래 며느리 내 보내고도
법으로 따져도 불리한 상황을 자꾸 되새김질 하는 것인지
내가 지구에서 안 오고 우주가 친정이라고도 해도 이건 아니다 싶은데
누구에게 한 바가지 욕을 해도 시원치 않을 답을 듣는 것은 확실했다.
말이 안하니 오히려 상대가 불안했나 보다.
그렇게 어머니편을 들어 날 못잡아 먹어 안달이 나던 남편도 슬슬 눈치만 본다.
제사고 생일이고 명절이고 나하고는 아무 상관이 없는 것이라고 했다.
나도 언젠가 죽을 사람이지만 이 놈의 집안과는 아무 상관없이 살아 줄 테니
당신도 언제든지 다시 어머니 집으로 돌아가라고 했다.
죽기나 싸우나 별 반 다를 거 없는 상황인데,
해주고는 욕 먹지 않고. 모른척하고 실컷 욕 먹을테니 그런 줄 알라고 했다.
남편은 아무 말을 못했다.
일을 이지경으로 몰아 낸 주범이 바로 자기에게 있다는 것도 시인한 터이고.
직접 시어머니가 며느리에게 하는 말을 우연히 들었기에
괜히 아내가 강짜를 놓는 것이 아니라는 것도 알았다.
난 남편의 속옷이며 겉옷을 큰 가방에 쑤셔 넣으며 말했다.
" 우리 뭐하러 사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