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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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車냐? 똥차냐?


BY 천정자 2006-03-04

아침마다 남편은 또 잔소리 한다.

트렁크를 언제 고칠거냐? 고 물으면

난 대답한다.

아직은 차가 아주 잘 나가는디..

 

누가 차 설 때 까지 고치지 말라고 하냐?

차도 똥차고, 주인도 똥고집이고 어째 그러냐?

 

하긴 앞에서  볼때는 내 차는 삐가 번쩍 번쩍하다.

뒤로 가면 트렁크도 반은 열리고 범퍼도 한쪽이 찌그러졌다.

작년 눈 많이 오는 날 다른차에 받쳐서 그렇다.

 

대충 트렁크도 철사로 이어 묶어 놓으니 열리지 않는다.

그래도 볼만 한 데. 남편은 빨리 수리하라고 성화다.

 

아직 이 삼년은 더 타야 하는데.

남 보긴 당장 설 것이고 여기 저기 받쳐 너덜너덜하다.

 

사연도 많고 탈도 많은 나의 차는 남의 이목을 잘도 끈다.

주인도 못생겼는데, 차도 더 못생겼네 이런다.

 

서울에 회의가 있어 내차를 끌고 빌딩 지하주차장에 들어서는데

경비원부터 주차관리원까지 내 차를 유심히 본다.

혹시 여기다 버리고 갈 것인지 아닌지 그게 궁금 한 것처럼.

그러거나 말거나 난 키를 준다.

혹시 문제 생기면 직접 이동 시키라고 하면 귀찮다는 듯이 얼굴 돌린다.

 

돌아와서 보면 어김 없이 차판매 광고 전단지가 어김없이 차유리 문에 도배를 해놨다.

차를 중고차에 팔면 세금도 깍아준다고 하기도 하고 등록절차도 서비스로 해준다고

친절히 메모도 해 놓은 것도 있다.

 

내 차를 보면 차영업하는 사람들에겐 최대의 고객이 될 것이다.

그래도 이상하게 내 차는 팔기 싫다. 다른 차를 준다고 해도 꼭 내 애인을 배신하는 것과 같이 느껴진다.

 

겉모습이야 못생기든 똥차이든 그래도 거의 십년을 나와 같이 고생한 내 발이다.

새벽에 느닷없이 호출을 받을 때 잘 쉬지도 못하고 있는차를 몰아 전국구 안 간데가 없는 나의 발같은 존재다.

 

그렇게 고생했으면서도 시동이 꺼지거나 탈 난 적이 별로 없다.

그 많은 사람들을 실어 나르느라  사람 얼굴에 생긴 주름살처럼 여기저기 찍힌 상처가 난

오히려 훈장처럼 보인다.

 

이거는 그 때 부산에 가서 다친 자국이고, 눈와서 미끄러져 차바퀴 빠지면서 주저 앉을 때 상처고, 모두가 나와 같이 겪은 일들을 고스란히 내 차에 담아져 있다.

 

비록 사람처럼 온도가 없는 기계라 해도 나에겐 처음엔 미미한 체감을 , 나중엔 나보다 더욱 높은 온도를 전해주는 내 차다.

 

그래선가 누가 내차를 바꾸라고 권유해도 난 끄떡 않는다.

내가 서면 같이 서는 내 똥차는 그렇게 내가 지키고 싶다. 골동품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