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기억
그녀도 나처럼 소녀였었습니다.
열다섯 그녀가
아버지를 찾아 처음 서울 올라오던 날
남의 집 담 벼락 밑에서 새우잠을 잤었습니다.
그녀도 나처럼 소녀였었습니다.
열여섯 그녀가
서울 하늘아래 부대껴 살기위해
공장으로 갔습니다.
그녀도 나처럼 소녀였었습니다.
교복입고 종종 딴머리 계집애들이 부러워
닥치는대로 책을 읽었습니다.
그녀도 나처럼 소녀였었습니다.
열여덟의 소녀의 꿈은 한낮 사치일 뿐인 그녀에게
하루하루 살아가는건 현실,,또 현실,,
버텨 내야 하는 현실이므로
그녀는
감정도 눈물도 부드러움도
꼭꼭 싸두어 마음 한켠 아주 깊은 곳에 넣어버렸습니다.
그녀도 나처럼 소녀였었습니다.
스무살이 되던 해
그녀도 나와같이 사랑을 했고
결혼을 했습니다.
그녀도 나처럼 소녀였었습니다.
남들보다 힘들고 아프게 끝났지만
그녀는 다시 태어난대도 그 사랑을 하겠답니다.
그녀도 나처럼 소녀였었습니다.
그녀도 나처럼 소녀였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