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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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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쁜... 새끼 손가락을 보며


BY 플러스 2010-06-04


공휴일이었던 어제, 피아노는 칠 수 없었으므로 대신 컴퓨터 책상 앞에 앉아 손가락 연습을 잠시 하고 있었습니다

둘째 아이가 그런 엄마를 재미있다는 듯 쳐다보다가 장난끼가 발동한 모양이었습니다

갑자기 자신의 손바닥을 내 손바닥에 대고 손 크기를 비교해 보이더니, “엄마, 엄마는손이..”하고는 엄마의 얼굴을 쳐다 보았습니다.

아들 아이의 손에 겹쳐진 내 손이 얼마나 작은 지를 보고 있는 채로 아이의 다음 말을 기다렸습니다. 

 

아빠 만큼 훌쩍 키가 자란 아이는 그렇지 않아도 심심하면 아무 때나 엄마 옆에 서서 옆으로 흘깃 내려다보며 엄마를 놀리기도 하고, 또 엄마 머리를 위에서 툭툭 두들기고는 아기 고양이라며 귀여워(?)하기까지 하는데, 이번엔 또 무엇이라고 할 지 뻔해 보였습니다.

더군다나 손이 작아서 피아노 치기가 어렵다고 푸념하는 엄마를 익히 보아 왔으니까요.

 

그런데 아이의 생각이 갑자기 달라진 모양이었습니다.

엄마는, 손이... 음.. 피아노 치기에 참 좋겠어요. “

아이는, 엄마가 각오한 놀림대신 격려라도 하듯 하고는 쓱 나가버렸습니다.

 

초견 능력은 좋은 편이라 많은 곡들을 금방 쳐 내는 편이지만, 악보 없이 외워서 치는 것은 공포 및 불안 수준일 만큼 암보 능력은 없는 편이라 이제부터라도  천천히 두어 곡 외워보려고,  오늘 아침.. 몇 시간을 피아노 앞에서 부분 부분 곡을 잘라 연습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다가 도무지 어찌 할 수 없는 손의 크기로 인한 어려움에 봉착되는 부분에 다다랐습니다.

한 번에 지나가지 않고 끊어서 그 부분만 반복하려다 보니 더 심하게 발이 걸려 쿵쿵 넘어지듯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결국은 연습을 멈추고 손을 내려다 보았습니다. 

손도 작지만 다른 손가락에 비해서 균형적이지 못할 만큼 짧은 새끼 손가락

이 손가락만 1센티미터 길었더라도… 이 정도 프레이즈는 날아갈 듯 해치울 수 있을 텐데..

한숨이 폭폭 나왔습니다.

 

최대한 펼쳐진 손을 더는 펴고 있을 수 없을 만큼 뻐근해지고 나서야 일어서서 집 안을 초조하게 빙빙 돌았습니다.  뾰족한 방법이 없음은 이미 진작에 알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다가 문득 기적을 바라는 마음으로, 오래 전에 했던 적이 있는 기도를 다시 해 볼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에는 내 생각으로가 아닌 영으로 하는 기도를 하려고그 편이 더 직빵일 것 같으니무릎을 꿇었는데, 내 입에서 나오는 것은 실망스럽게도 감사하다는 뜻의 단어뿐이었습니다.

머리 속으로 열심히 손가락을 떠올리며 그 원하는 바가 간구가 되어 나오도록 통제하려고 애를 쓰며 기도해봐도 요지부동, 입에서 나오는 말은 여전히 감사하다는 말만 끝없이 끝없이 반복되는 것이었습니다.

결국 풋 하고 터지는 짧은 실소와 함께 일어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는 결코고집으로도 주님을 이길 수 없는 사람인 것입니다. 

그런데... 사실을 말하자면, 나는 도무지 내 뜻대로 할 수 없는 주님이 좋습니다.

 

때로 가끔.. 나 자신 무언가 대의를 위한 것 같아 보이는 괜찮은 기도를 하는 중에도, 그 그럴듯하게 포장된 기도 뒤에 숨어 있는 나 자신을 위한 이기적인 동기를 보게 하시며 그 솔직하지 못함을 두고 슬쩍 주님께서 웃으심을 느낄 때에 조차도...  스스로 머리를 긁적거리듯 겸연쩍음과 부끄러움 속에서 일어나면서도 나는 여전히..  주님이 좋은 것입니다.

 

.. 그렇다고 내가 원하는 작은, 그리고 때로는 좀 엉뚱하기까지 한 여러 가지 바람들을 두고,  진지하거나 아픈 마음으로 또 때로는 어린 아이와 다를 바 없는 유치한 떼를 쓰며 기도하기도 하는 것을 그만두려고 생각하고 있는 것도 아닙니다

 

이런 철없는 사람이나마 다행인 것은, 주님이 하시는 모든 일은 내 소망이나 작은 바람들과 전혀 달라 보일 때에라도 더 큰 시야에서는 결국 나 자신에게도 가장 좋은 것일 거라는 것을, 주님의 절대적인 판단력 안에서 믿는다는 것.. 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