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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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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치게 낭만적인 날3


BY 플러스 2008-03-04

다음 날  딸 아이의 새 학년 준비로 수학학원을 새로 알아보느라 오전 시간을 보내고 돌아 온 다영은비행기 출발 시간에 맞추어 일찍 집에 돌아와  짐을 싸고 있는 남편을 도와주지 않았다.  

 

 "나는 여행 가고 싶지 않아나는 빼 놓고 다녀와."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다영의 남편이 그녀를  쫓아다니며  달래기 시작했지만  그녀는 생각을 바꾸지 않았다시간이 촉박해질수록  남편의 말이 다급해지기 시작했다그래도  그녀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도무지 말 한 번 감동적으로 해 보는 법이 없단 말이야.'  그녀는 토라진 사람처럼 남편을 이리저리 피해다니며 생각했다.

 

지난 밤에도  무슨 일이든 한 번 시작하면 지나치게 몰두하여  그 외의 사항은  돌아보는 법이 없는 성향이 있는 남편을 두고,  '썸 피플 네버 런 어 레슨 이야.'라고 쏘아 붙이는 그녀를  몇 십 분에 걸쳐도 마음을 돌이키게 하지 못했던 그녀의 남편은, 오늘도 역시 토라진  그녀를  돌이키게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었다.

 

'말 한 마디... 감동적으로 잘 하면 그만인데.'

 

그런데그는 그녀를 움직이게 할 그 감동적인 말 한 마디를 할 줄을 모르는 것이었다.

 

"말 한 번만 멋있게 감동적으로 하면 그만인데그걸 못하지?"

 

이번에는 소리내어 하는 그녀의 말에  다영의 남편이  무언가 깨닫기라도 한 사람처럼  갑자기  '사랑해'를 연발하며  화해의 포옹을 하려고 조급하게  서둘기 시작했다다영이 한숨을 내쉬었다.   남편은 무슨 일이든  그 말 한 마디면 되는 줄 아는 모양이었다

 

다영이 피아노 앞에 앉았다어젯밤 펼쳐 놓은 하늘색 피스가 보면대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다.

 

"따라라라 라빰빠."

 

건반을 미끄러지며 울리는 소리 뒤에 그녀가 남편을 향해 놀리듯토라진 목소리로 덧붙였다.

 

"이런 노래 하나 못 불러주지?"

 

방금 전좁은 의자에 붙어 앉아  다영의 볼에  화해의 뽀뽀를 하려다가 밀려난 남편이  다영의 말이 끝나자 마자  피아노  선율을 따라 흥얼거리기 시작했다이제는  여행을 떠나고  떠나지 않고는  중요하지 않은 지다영을  독촉하거나  서둘지도 않았다.

 

가사도 제대로 알지 못하고음과  박자도  영 엉망인 그가  '미드나잇 블루' 하는 부분만은 아는 지어물어물 이상하게 읖조리듯 노래하다가  그 부분만 되면 어김없이 '미드나잇 블루'  외쳐댔다그렇게  노래가 다 끝날 때까지  '미드나잇 블루'  불러대는 남편을  향해  다영이  끝내  웃음을 터뜨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