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도시에서 헤매고 있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거리에서 어딘가 쉴 곳, 또는 자신의 임시 거처라도 찾는 듯 허둥대고 있었습니다.
복잡하게 다닥다닥 늘어선 건물들과 집들 사이로 거미줄 처럼 얽힌 좁고 복잡한 길들.
그 좁은 길은 자동차와 사람으로 북적대어 그 어느 곳에서도 숨 쉴 만한 공간 하나 발견하지 못한 듯, 바쁘게 헤매는 그 사람에게서는 여유가 없어보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순간 그 사람은 갑자기 걸음의 템포를 멈추듯 늦추었습니다. 쉴 곳을, 또는 머물 곳을 찾고 싶은 마음에 쫓기듯 분주하던 그가 들어선 곳은 강가처럼 보였습니다. 옆 쪽 발 아래로 가지런히 사방공사하듯 정렬된 돌들이 보였고, 그 아래로 물이 보였습니다.
맑은 물이었습니다.
조금의 틈도 없을 만큼 빡빡한 공간 같은 이 도시 속에 어떻게 이런 곳이 있을까, 이 곳은 어디인 걸까 생각하며, 그는 발 아래 쪽의 물을 바라보며 천천히 걸었습니다. 마음에 여유를 찾고 천천히 숨을 들이마시며 멀리 눈을 들었습니다.
강같던 그 물은 바다였던 것인지, 지평선의 끝까지 펼쳐져 온 시야를 다 덮고 있었습니다.
바다인가 하고 그가 생각하는 순간, 그 물이 한 눈에 파악되듯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그는 알았습니다. 겉으로 바다처럼 보이던 넓은 표면에도 불구하고, 그 물은 바다와같은 깊이를 가지고 있지 않았습니다. 그 넓이에 비하면, 그 깊이는 종잇장처럼 느껴질 만큼, 그 물은 조금도 그 깊이가 달라지지 않은 채, 발 아래에서부터 눈이 닿는 지평선 까지 얇게 온 지면을 덮고 있는 것이었습니다.
참 맑은 물인데, 라고 생각하는 그에게서, 또 바다를 보려고 했던 것은 아님에도, 떨쳐 버릴 수 없는 아쉬움이 보였습니다.
벌써 여섯 달은 족히 된 때에 꿈을 통해 보고 지나간 영상인데... '어떤 장소'에 서면 그 물의 이미지가 어떤 특별한 의미를 말해주고 있는 듯 내게 떠오르곤 할 때가 있습니다. 아쉬움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