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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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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앞에 앉은 당신


BY 플러스 2006-08-05

내 앞에 마주 앉은  당신을  바라보았습니다.

 

잘 웃곤  하는 당신은

웃음기가  없는  얼굴로

조심스러운  눈을  쉽게 마주치지 않으며  

조금  아래쪽으로  눈을  내린 채로

그러나  세심하고  깊은  주의로,   열려진  마음으로

그렇게  내 앞에  앉아 계셨습니다.

 

당신 안에  있는  미안함과  부끄러움을  완전히  극복하지 못한 채로

그러나  거친 파도도  거센 바람도  피하지 않을 듯한  얼굴로

강인한   심지를  드러낸 채로

그리고..  나 같은 자 앞에서  겸손하게  굽어지신  모습으로

그렇게  앉아 계셨습니다.

 

두 어 가지의  일련의  일로  신경이  극도로  예민해진 채

가까운  사람을  향해 

세상은  도대체  동물원인 것이냐고 

분노를  터뜨렸던  작은  여자는

아직  가슴에  남은  응어리와  상처가 

수면위로  떠오르지  않도록  몸을  도사리고  앉은 채로

그런  당신을  바라보았습니다.

 

그런  여자 앞에서  당신은,

당신의  아주  작은  실수와  부끄러움을  두고

당신의  작은  미안함을  두고

지나치게  예민하여  조심스러울 수 밖에 없는  여자를  두고

때로  마음 속 한 점 오점이라도  꿰뚫을 듯한   눈빛에  두려움이  들  여자를  앞에  두고

피하지 않으셨습니다.

도망가지  않으셨습니다.

오히려  다가와  마주 앉으셨습니다.

 

잠잠히 ..

오는  비를  피하지 않고  다  맞으실 듯

바위처럼  단단하고

양처럼  순한  모습으로

태산처럼  크게,   내 앞에  자리잡고  앉으신  당신을  

나는  오래  오래  바라보았습니다.

 

그   조용히  앉으신  공간 위로

그   멈춰진  시간 위로 

하얀  천정벽을 뚫고  치솟아  올라간  파란  하늘에 

엷은  구름이  바람처럼,  그림처럼  흘러갔습니다.

 

그런  조용한  당신을  바라보고  앉은  동안

소리가  아닌  마음으로  전해지는  말들의  무게를  느끼며

내 마음 속에  일렁이기 시작하려던   미움이,

그리고   오랫동안  고여 온  작은  분노와  슬픔이  조용히  스러져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지나고  돌아서  온 지금

당신을   더  많이  바라보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당신을  바라 본  눈으로,    당신을  반사하여  돌아나온  눈으로

내 안을  들여다  보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그리고... 할 수 있다면,   음악으로  누군가의  초상을  그려낸  쇼팽처럼

내 눈과  마음에  비추인,    독특한  당신의  초상을  그려보고  싶어지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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