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들빼기 좀 가져 갈래? 어른들은 쓴맛을 좋아하더라."
"달랑 무는 있니? 한통 가져 가서 먹어~"
엄마의 말씀이 끝나자마자 중문여는 소리와 함께 여동생이 등장한다.
"어서 와~~생각보다 일찍 왔네."
나는 웃으며 동생을 맞이하며 엄마가 주신 김치들을 맛보고 있었다.
고들빼기가 알맞게 익어서 맛있다. 아버님도 좋아하실 거 같다.
시아버님까지 챙기는 엄마의 마음을 나는 오늘도 배운다.
동생은 김치엔 관심이 없는지 자기가 가져온 보따리를 풀어 헤치며
바쁘게 식탁 위에 올려 놓는다.
지인이 챙겨 줬다는 들깨와 참깨를 보니 나의 광대가 웃는다.
엄마 몫과 내 몫을 나눠주며 엄마에겐 고모가 보냈다는 쌀도 건네며
베란다로 옮겨 주었다.
제법 무게가 나가는 걸로 보아 족히 8kg정도는 나갈 것이다.
친정에 올 때면 무언가를 잘 챙겨오는 동생과 달리 난 별로 챙길 게 없어
상황에 따라 과일이나 엄마 간식을 사서 가볍게 온다.
그래도 엄마는 빈 손으로 오라고 노래를 부르신다.
엄마가 동생에게도 김치를 가져 가라고 하니 자기가 만든 김치가 더 맛있단다.
요즘 제부가 동생이 만든 음식을 칭찬한다며 엄마김치는 좀 짜서
안 가져 가겠단다.
배가 고프다고 서둘러 점심메뉴로 정한 곳은 추어탕 집이다.
역시 생각대로 주차할 곳이 없어 잠시 주차아저씨를 기다리며
대기표 판에 가서 폰 번호를 입력했다.
너무 추운 오늘 엄마가 드시고 싶어하시는 메뉴는 탁월한 선택이었다.
엄마와 동생은 강황이 들어간 밥만 조금 남기고 뚝배기는 바닥이
보이도록 깔끔하게 비웠는데 양이 적은 나는 다 비울 수가 없었다.
내가 남긴 걸 보고 동생이 더 먹고 싶지만 참겠단다.
다음 날이 동생 생일이라 내가 점심을 흔쾌히 사고 생일선물로
화장품과 주유권을 건네니 너무 좋아한다.
동생은 솔직한, 아주 솔직한 성격이라 금방 얼굴로 말로 표현을 한다.
동생 생일이란 말에 엄마가 커피를 사겠다고 하신다.
평소에도 엄마는 돈을 잘 쓰신다. 무조건 카드를 주시려고 해서
우리가 말리는 경우가 종종 있지만 오늘은 엄마가 사 주신 커피와 빵을
사양하지 않고 더 맛있게 먹었다. 엄마는 우리가 먹는 모습에 마냥 좋아하시는 얼굴이다.
동생이 나중에 나에게 건네는 생강청 병이 이쁘다.
어제 생강청을 만들었는데 너무 힘들었다며 특별히 언니에게 준다며 동생다운 멘트로 말하는데 여지없이 귀여운 동생이다.
늘 언니를 친구처럼 생각한다는 동생말처럼 동생은 나의 베프가 맞다.
어릴 때는 샘도 많고 나의 것을 갖고 싶어서 엄마에게 많이 조르기도 자기가 갖고 싶은 것은
꼭 갖으려고 해서 혼나기도 했지만 그게 성격의 기본이 되어 점점 성장한 동생이다.
남편이 제부를 소개할 때도 동생이 퇴짜를 놓을 줄 알았는데 남자외모는 중요하지 않다고 말했던
동생은 제부의 집에선 미모의 여자로 통하고 제부가 이제껏 잘 해주고 편하게 사니 선택을 잘 한 것이다.
이젠 몸무게를 2kg 만 빼면 좋겠다는 동생을 응원하며
잘 먹는 동생에게
운동은 꾸준하게 잘하고 있으니 한 숟가락만 덜 먹으라고 일러 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