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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우화 - 뱀과 하와 8


BY 플러스 2006-04-07

햇살은  더 이상  찬란하지 않았습니다.    그  햇살 아래에  선  나무와  꽃들도  더 이상  생기가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시냇물도  반짝이며  흘러가기를  멈추었습니다.

 

여자는  머리에  이는  어지러움증을  느끼며   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파란 하늘이  일렁거리며  흔들렸습니다.   그 하늘과  함께  흔들리는  머리를  손으로  감싸며   여자가  중얼거렸습니다.

 

"아담에게  가야 해.   아담에게 가서 이야기해야  해. "

 

급히  걸음을  옮기던  그녀의  머릿속은  점차   뱀이 했던  말들  속으로  집중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한 번  시작된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그녀의  머릿 속으로  번져  나가고  있었습니다.  

 

"하나님처럼  된다고? "

 

그녀가  자신의  머릿 속을  빙빙  도는  말을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입 밖으로 조용히  꺼내 놓자,    그녀 안에  몰려든  두려움을  밀쳐내어  버릴 만큼의  대담함이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녀는  놀라우리만치  차분해지고  있었습니다.

 

여자가  갑자기  멈추어   자신의  말을  들었을  누군가가  있기라도  한  듯  주변을  둘러보았습니다.   초록색  잎사귀들을  머리에  인  나무들이  바람을  따라  사각거리는  소리를 냈습니다.    나무들마저도   그녀의  마음에서  일어나는  변화를  알아채고는   여자를  두려워하는  듯 보였습니다.   그녀는  잠시  선 채로  무언가를  기다리기라도  하듯  조용히  있었습니다.  

 

좀 더 커진 대담함 안에서   다시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자신의  생각으로  돌아온  여자의  안에는  이제   금지된  과일에  대한  강한 바람이  생겨나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점점 더  커다랗게   그녀  안을  가득  채워가고 있었습니다.

 

어느 순간  여자가  고개를 들어  주변을  돌아보았습니다.   멀리  눈 앞에  동산이,   그리고  동산  가운데에  심겨진   금지된  과일나무가   봉긋하게  솟아  있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동산으로  향하는  길  위에  들어서서  한참을  걸었던  것이었습니다.

 

그녀는  자신에게  변명이라도 하듯  중얼거렸습니다.

 

'그래.  서둘 것 없잖아.   내가  먼저  가서  한 번  보고  확인하고 난 뒤에,   그 다음에 아담에게  이야기하는  것도  나쁠 것은 없어.'

 

아담은  여자가  뱀에게서  들은  말이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일축해 버릴 런 지도  몰랐습니다.   여자는  아담이  하나님의  말씀을  무엇보다  소중하게 여기며   믿는다는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그것은  여자 자신의  말 보다도  중한 것일 터였습니다.

 

여자는  하나님이  동산에  내려오시곤  할 때면,   아담의  얼굴이  기쁨과  경건함으로  햇빛보다  더  환하게  빛이 나곤  하는 것을  떠올렸습니다.   그럴 때의  아담의 얼굴은   눈이 부셔서  바라보기가  어려울 만큼   달라지곤  했습니다.   그런 때면  아담은    무슨  일을  하고  있었든지 간에   모두  놓아버린 채  하나님을  향해  달려가곤  했습니다.    심지어  아담의  곁에  있던  자신 마저도  잊은 듯 하다고  느꼈던  것도  떠올렸습니다.  그런 때에  잠시 잠시  그녀의 가슴을  파고 들던  이상한  허전함도  생생하게  떠올랐습니다.   그것은  그 때마다  곧  잊혀지곤 하던  잠시의  그림자같은  것이었으나,  이상하게도  이제는  그녀의  가슴 속에서   실체없이  자라나는  빈 공터처럼  커지고  있었습니다.

 

'내가  하나님처럼 된다고? '

 

여자의  눈이  반짝거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