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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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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우화 - 뱀과 하와 4


BY 플러스 2006-02-17

여자를  좇던  날들이  계속되던  어느  날,   동산에  도착한  천사는  여자의  얼굴에 나타난  긴박감을  보았습니다.    여자의  몸은  누군가를   보호하며  막아서려는  듯  양 팔을  벌리고  서  있었습니다.   천사는  여자의  뒤에  한 마리의  작은  토끼가   선 것과   그리고  여자의  앞에  커다란  뱀이   여자를  위협하듯  머리를  쳐들고  선  것을  보았습니다.

 

뱀의  눈은  여자를  향해  고정된 채로  차갑게  이글거리고  있었습니다.

 

"쉬이이.   비켜 서"

뱀이   여자를  향해  나직하게  위협하듯  소리내고 있었습니다.

 

" 안 돼."

 여자는  단호하게  맞섰습니다.

 

" 비켜서지 않으면  나는  너를  물거야.   쉬이이."

 뱀의  눈은  얼음처럼  차가왔습니다.

 

 "네가  이 토끼를  잡아먹게  둘  수 없어. "

 

순간  뱀의  눈에  서린  본능이  칼날처럼   날카롭게  번뜩였습니다.   다음 순간  뱀이  여자에게로  달려든  것은  찰나에  가까울  정도로  재빨랐습니다.    그러나   그 여자 앞에 천사가  막아 선 것은  더욱 빨랐습니다.   여자에  거의  닿을  만한  거리에서   뱀은  천사의 눈과  마주친 채로  멈추었습니다.   그리고는   잠시 후에   머리를  내린 채로  스르르  풀숲 사이로  사라졌습니다.

 

뱀이  완전히  사라지고  나서야  여자는  몸을 돌려  토끼를  들어 올렸습니다.   

 

"왜  도망치지 않았니.   너는  잘  뛸  수 있잖니."

 

여자는  토끼의  부드러운  털을  얼굴에  대며  중얼거렸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토끼를  풀숲에  내려 놓았습니다.    토끼는  여자를  몇 번  뒤돌아  바라보고는   풀숲  안으로  사라졌습니다.

 

" 왜  뱀이 순순히  돌아 갔을까." 

 

여자는  고개를  들어  토끼가  사라진  쪽을  바라보며  다시 중얼거렸습니다.

 

" 왜  토끼나  사슴같은  순한 동물들은   뱀만큼도  말을  할  수 없는 걸까. "

 

 

천사는  그런  여자를  잠시 동안   지켜 보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자신이  할  일을  알았습니다.

 

천사는  뱀을  찾아 나섰습니다.    뱀을  찾기는  어렵지 않았습니다.    어둑한  숲의  구석에서  다른  먹이감을   찾아  빛나는  두 개의  눈을  곧  발견했으니까요.    천사는  뱀  앞에  섰습니다.    뱀은  방어와   경계의  몸짓  가운데에서  가늘게  뜬  눈으로  천사를  향했습니다.

 

"내가  보이느냐?"

천사가  물었습니다.

 

" 쉬이이.   너는  누구냐."

 

천사는  차가운  웃음을  지었습니다.

 

 " 너는  내가  보인단 말이지? "

 

천사는  웃음을  거둔  채로   뱀을  똑바로  바라보았습니다.

 

 " 나는  너같은   동물 따위가  함부로  대답할 존재가 아니다. "

 

그런  천사의  기세에  눌린  뱀은  복종의  표시로  조용히  머리를  내렸습니다.

천사는  말을  계속했습니다.

 

 " 내가 너의 몸을  잠시  빌리려고 한다. "

 

 뱀은  조심스럽게  머리를  들고  천사를  쳐다보았습니다.

 

 " 쉬이이. "

 

 " 댓가는  주지.   다시는  여자가  너의 먹이감 앞에  나타나도  내가 막지 않으마. "

 

 뱀은  만족스럽다는 듯이  다시  머리를  내렸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