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사의 마음 안에 생긴 것이 무엇인 지 스스로 의식하지 못한 채로, 천사는 이제 자주 동산에 내려갔습니다. 그는 새롭게 창조된 여자라는 존재에 대해 자신이 가지게 된 이상한 마음이 무엇인 지, 그녀라는 존재의 어떤 점이 자신이 가져 보지 못한 마음을 들게 하는 지 궁금했습니다.
천사는 이제 자주 동산에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주로 여자를 살펴보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자신에게 결핍되어진 그 무엇인가가 아담에게서와도 달리 그녀에게서는 약하고 달라진 모습으로, 그러나 천사로서는 좀 더 쉽게 다가갈 수 있는 구체적인 모습으로 그녀 안에 자리잡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천사의 안에 생긴 감정은 그 손에 잡힐 듯해 보일만큼 가까와 보이는 그녀가 가진 무엇으로 인한 것일 듯 했습니다.
천사는 며칠 째 그녀를 따라다녔습니다. 여자는 잘 웃었으며 그런 때에 그녀의 모습은 눈부신 햇살같았습니다. 천사는 그녀를 그렇게 웃게 하는 것이 무엇인 지 궁금해 하며 눈으로 좇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그것들은 신기할 것도 없는 그저 작은 것들에 불과했습니다. 그녀는 가지로 뒤덮힌 하늘을 올려다보며, 파란 하늘 조각을 따라 기쁜 웃음을 띤 채로 빙그르르 돈다거나, 발 밑에 보이는 작은 들풀 하나에 갑자기 신기한 것을 발견이라도 한 듯 동그랗게 눈을 뜬 채로 무릎을 꿇어 들여다보며 기쁨으로 가득한 웃음을 짓곤 하는 것이었습니다. 그 하찮은 대상들에 번번이 실망을 하면서도, 천사는 그녀가 환하게 미소지을 때마다 그 눈길을 따라 그 대상을 확인하곤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느 날이었습니다. 여자는 동산의 맑은 시냇물 가에서 졸졸 흐르는 시내를 들여다 보고 있었습니다. 천사는 시냇가 옆에 심기운 복숭아 나무의 잎사귀 사이에 숨어서 그런 그녀를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여자는 맑은 시냇물 안에 놓여진 작은 돌들을 들여다 보기도 하고, 그 돌틈을 지나는 물고기들을 바라보기도 하면서 한참이나 시냇가에 앉아 있었습니다. 때로는 그 차가운 물에 손을 살짝 담가보기도 하였습니다. 그런 그녀는 도무지 싫증이 나지 않는 듯 미소를 머금은 채로 그런 일들을 되풀이 하고 있었지만, 천사는 움직임이 거의 없이 앉아서 물 속만을 들여다 보고 있는 그녀를 바라보고 있는 것이 지루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천사가 눈을 그녀로부터 떼어 동산의 먼 곳으로 눈을 두고 있었던 것도 잠시, 천사는 깜짝 놀라고 말았습니다. 어느 틈엔가 벌떡 일어난 그녀가 천사를 바라보고 서 있었던 것입니다. 그것도 환한 태양처럼 밝은 웃음이 가득한 채로 말이지요. 그녀의 눈은 처음 보는 신기한 대상이라도 대하는 듯 반짝거리고 있었습니다. 천사는 숨이 멎는 것 같았습니다. 그녀는 그대로 손을 뻗었습니다. 그리고는 바로 천사가 숨어 있는 나무 가지, 그의 얼굴 앞에 달린 탐스럽게 잘 익은 복숭아를 땄습니다. 그리고는 그 복숭아를 들고 자신의 얼굴 가까이로 가져다가 잠시 바라보며 미소지었습니다. 분홍빛으로 익은 복숭아는 그녀의 얼굴처럼 따뜻하게 빛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천사는 그녀의 기쁨과 행복에 가득한 얼굴이 자신을 향해 있었던 것을 잊을 수가 없었읍니다. 천사는 그녀가 자신을 향해 그 환한 기쁨을 자신에게 다시 보여주기를 바랬습니다. 어쩌면 그녀는 정말로 천사 자신을 보고 그렇게 웃었던 것인 지도 몰랐습니다.
이제 천사는 더 이상 숨어서 그녀를 바라보지 않았습니다. 그녀가 자신을 볼 수 있기를 오히려 바랐습니다. 그녀가 무언가를 바라보고 미소라도 짓거나, 그저 바라보고만 있어도 천사는 재빨리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공간 안으로 들어섰습니다. 그녀의 시선이 닿는 곳이면 시냇물이든, 풀 한 포기이든, 흔들리는 나뭇잎사귀이든, 빛나는 조약돌 하나이든, 곧 그 대상 위로 자신을 옮겼습니다. 그러나, 천사는 그녀가 자신을 전혀 의식하지도 감지하지도 못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또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되었습니다.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 가운데 속한 여자는 그 세상만을 알고 느낄 뿐이며, 그 세상이 아닌 다른 세상은 하나님의 속성이신 영역의 일부만 조금 인지할 뿐, 그 외에는 전혀 알고 있지 못한 것이었습니다. 그런 그녀로서는 천사가 속한 영역 뿐 아니라 천사 조차도 감지할 수가 없는 것이었습니다. 천사는 그녀가 자신을 알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녀가 천사를 알게 된다면, 그녀는 그를 향해 기쁨으로 환하게 웃으며, 더 나아가 그를 존경하고 찬미하게 될 런지도 몰랐습니다. 그는 아직도 어떤 천사들 보다도 아름답고 뛰어나게 지어진 모습 그대로이니까요. 그녀가 자신을 볼 수만 있다면 말이지요.
거기에 생각이 미치자 천사는 방법을 떠올리기 시작했습니다. 가장 간단하고 손쉬운 방법은 그녀가 금지되어진 과실을 먹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선악과는 그녀가 지금 알지 못하는 세상에 대해 눈이 열리게 할 것이었습니다. 그것은 곧 그녀가 천사가 속한 세계와 천사를 볼 수 있게 됨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했습니다. 그녀가 금단의 열매를 먹을 수만 있게 한다면, 그녀 뿐 아니라 하나님이 직접 생기를 불어 넣으신 아담까지도 자신의 세계 안에 넣을 수 있을 것이라는 계산도 그에게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것은 곧 자신의 결핍을 소유한 자를 소유함으로써 그 결핍을 보상하고 주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더 나아가 하나님에 대한 승리를 증명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에도 이르렀습니다.
천사는 그녀에게 접근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러려면 그녀의 약한 부분을 좀 더 잘 알아야 할 필요가 있었습니다. 천사는 보다 더 침착한 눈으로 그녀를 살피기 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