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작가

이슈토론
정부가 자녀 1인당 출산 양육비 1억 원을 지급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배너_03
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조회 : 3,542

치맥에 혼술하는 날


BY 풀꽃 하나 2022-11-14



원인이 없는 결과는 없다

지난날에 있었던 일들을 까마득하게 잊고 있을쯤 그것은 느닷없이 불청객 처럼 찾아 들어 근심거리를 만들어 놓았다

이미 과거에 벌어진 일로 인하여 남편탓을 하며 다투지는 않았으나 

이해하거나 용납한건 아니었다


설거지를 하거나 빨래를 하는 동안에도 불안함은 진정이 않되고 머리속의 생각들은 나락으로 끌려 내려갔다

집요하리만큼 끈질기게 달라붙는 것들로 부터 귀막고 눈감고 했었건만 그것들은 결코 떨어지지 않고 오히려 눈덩이를 굴려 커다란 형체로 나타났다

지금 벌어진일이 감당이 되질 않았다

누군가에게 나의 막막함을 쏟아내어 마음의 짐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고 위로 받고 싶었으나 그럴만한 사람이 없었다


남편에게 저녘에 술한잔 할 수 있겠느냐고 시쿤등하게 물어보니 속이 않좋아서 못먹겠다고 무심히 대답한다

그렇다면 얼른 저녘을 차리고 나혼자 나가서 혼술을 하고 오리라 마음먹고 손놀림을 잽싸게 움직여 씻은 쌀을 밥통에 넣었다

설거지는 하고 나가야 할것 같아서 밥 먹는 남편 앞에 앉아 있으려니 늦은 저녘에 어떻게 혼자 술을 마실려고 하느냐며 같이 가주겠다고 한다

혼자가도 괜찬다 말해도 자신은 술을 않먹고 앞에만 앉아 있어 줄꺼라며 굳이 따라나서려 했다

남편이 술을 않마신다면 맹숭맹숭한 사람한테 무슨 말을 할수있단 말인가

술이라는건 서너잔이 돌고 나서 팽팽했던 마음의 고삐가 조금 느슨해지면, 같은 말이라도 술에 녹아 들고 스며들어 어떤 말이라도 이해 못할것도 없는 배짱과 여유가 생기는 법인데 빈틈없는 사고로 경직되어 있는 사람과 어떤 대화가 통하겠는가

같이 가지 않겠다는 나의 완강한 반대에 다른데 가지말고 치킨이나 먹으면서 술한잔 하고 오라고 마지못해 허락했다


내가 가봐야 늦은 저녘에 어딜 가겠는가

기껏해야 집주변 다사랑 치킨집을 찾아 들어갔다

남편과 자주 왔었던 곳이라 그런지 아줌마 혼자라고 해서 어색하거나 사람들이 어찌 볼까 하는 염려는 되지 않았다

후라이드 한마리는 혼자 먹기에 너무 많은듯해서 반마리와 카스한병을 

주문했다

바삭하고 먹음직스럽게 튀겨진 후라이드 한조각을 입에 넣고 맥주 한잔을 들이키는데, 하나 둘 가게문을 밀고 들어오는 사람들로 주변이 왁작지껄하다

내가 자리잡은 맞은편 칸막이 건너에서는 중년의 남자의 목소리가 한시도 

쉼없이 자신의 이야기를 토해내고 있었다

나에게도 들릴정도로 커다랗게 소리 높여 이야기 하는폼이 애띈 여자 데리고 자기 자랑질 하는성 싶었는데 어수선한 말폼새로 허풍떠는 앞에서 여자는 

간간히 소리 낮추어 대답만 할뿐이었다

또 다른 한쪽에서는 회사 회식차 모임을 가진건지 술잔 부딪치는 소리와 오만 잡다한 말들이 그속에 섞여 혼란스러운 시장통을 방불캐 했다

술을 빌려 진지하게 생각 정리좀 해보려고 왔던건데 생각이라는건 한오라기도 해보지도 못하고 주변 시끄러움과 번잡스러움에 정신을 빼앗기고 말았다

먹다말은 치킨 몇조각과 맥주도 반정도 남았지만 일어나서 혼잡스러운 상황에서 벗어나고 싶었다

내가 도대체 뭐하러 무엇을 얻고자 여기를 왔더란 말인가


쫒기듯 소란스러운 곳을 벗어나 가로수 길을 걸으며 생각에 잠겼다

그것은 10여년전에 발생되어 해결이 않된채 잠잠해 있다가 다시금 눈앞에 

펼쳐진것이다

남편이 사업하다가 벌어진일을 가지고 이제와서 또 잘 잘못을 가리기에는 

내가 견딜 아픔이 크고 남편또한 미안함속에 감추어진 화가 폭팔하여 상대를 향한 분노에 휩싸일것이다

발생된 문제에 고통 받고 또 서로 상처를 주는 말로 질타를 하여 두배의 고통을 받는 멍청한 짓은 하지 말아야 한다

지금 만들어진 문제가 아니니 과거에 발생된일에 집착하지 말고 침착하게 한호흡 해가며 해결점을 찾아야한다

지금 현실속에서 물질의 부족함을 느끼고 살지만 그래도 뭔가를 가지고 있으니 그것을 내놓으라 하는거 아닌가

아깝다 놓지 않고 잡고서 고민하기 보다는 눈한번 질끈감고 탁 털었을때의 홀가분함을 선택해본다

어디 내 의지대로 되어졌던 삶의 여정 이었던가

굴곡진 험난한 길을 걸어서 여기 까지 왔으니 또 어찌 어찌하여 남은 길도 

가지겠지

세상것에 맘주지 말고 욕심없이 소풍 끝나는 그날까지 가볍게 가보는거다


가로등이 환하게 빛추는 가을밤은 바람한점 없이 포근하고 살가웠다

나무들 아래 무수히 떨어져 바스라지는 낙엽을 밟으며 짧은 방황을 끝내고 집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