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어제 반찬 보냈으니 오늘 꼭 확인 하세요"
"응..알았다"
누군가와 대화 중이였는지 간간히 말소리가 들리는 걸 보니 핸드폰만 귀에 댄채로 아버지는 건성으로 대답하는듯 싶었다
반찬을 보내면 몇번은 제때 못받고 하루를 현관앞에서 묵히기 일쑤였다
반찬 보냈다는 소리를 듣고 깜박 했다던지 아니면 택배기사가 배달했다는 문자를 넣지 않아서 확인을 하지 않았다던지 그런 이유로 찜통같은 여름날에 택배가 가는데 하루 현관 앞에서 하루 이렇다 보니 아이스팩을 넣었다 하지만 음식물이 온전할리가 없다
그날도 반찬을 보내기 위해서 아침에 눈을 뜨면서 부터 부랴 부랴 찌개, 조림,나물,불고기,김치등을 준비 하기 시작했다
파를 다듬었다가 채소를 씻고 나물을 데치고 김치 간을 절여 가며 주방에 온갖 크고 작은 그릇들은 총 출동을 하고 양념 들도 간장부터 설탕, 소금, 고추가루등 기본 재료들로 좁은 주방이 어수선했다
본디 일 머리가 없고 손이 빠르지를 않아 한꺼번에 여러가지 반찬을 한다는게 벅차기도 하거니와 나이를 먹는 탓인지 조금만 움직여도 주체못할 피곤함이 엄습해오는 통해 몸을 질질끌며 하나 하나 반찬을 만들어갔다
'아이코 힘들어' 라는 말이 나도 모르게 입에서 탄식처럼 내뱉어졌다
이렇게 하나,둘 반찬들이 만들어지면 온동네 돌며 구해온 아이스박스에 차곡차곡 넣고 행여 가는 동안 변할까봐 냉동실에 꽁꽁 얼렸던 아아스팩을 반찬통 위에 올려 테이프로 꼼꼼히 밀봉을한다
그것도 최대한 신선한 상태로 보낼려고 냉장고에 보관해 놓았다가 택배 영업 마감시간에 맞추어 대리점에 직접 들고 가져다 준다
반찬을 보내 놓고 너무 피곤 하여 한숨 자는 바람에 아버지에게 반찬을 보냈다 전화를 못하고 다음날에야 택배 보냈으니 오늘 꼭 받으시라고 했던것이다
그런데 착각을 하신건지 잊으셨던건지 택배는 아버지 아파트 현관 밖에서
꼬박 하루밤을 지냈다
가을이라지만 그래도 낮에는 한여름 못지 않은 후덥지근한 날씨였다
아버지 건강 검사를 위해 병원에 모시고 가려고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왔던
제부가 웬 택배가 밖에 있었다며 가지고 들어 섰단다
내가 보낸 택배라는걸 알고 있는 아버지는 냉장고에 반찬을 정리 해놓기 보다는 병원이 급해서 그대로 거실에 방치하고 저녘 나절에서나 들어와 냉장고에 넣어 놨다고 했다
몇일이 지나서 아버지의 안부를 묻는 통화중에 들은 이야기였다
너무 오래되어 행여 변했을지 모르니 확인 해보시고 조금이라도 이상이
있으며 그냥 버리시라고 말하면서도 못내 서운함이 있었지만 그것을 조금도 표현 하지 않고 아무렇지도 않은듯 말했다
너무 힘들게 만들어서 보내드린것이 보람도 없게 쓰레기통으로 들어 갈것 같은 생각에 씁쓸했다
그런데 아버지는 거기에 더 보태서 냉장고에 넣어 놓고도 일주일 지나도록 다른 먹을 거리가 있어서 반찬 뚜껑도 않열봤다고 하니 맥이 확 풀렸다
엄마가 3년전 돌아 가신 후 부터는 한번도 거르지 않고 동생들과 같이 아버지 반찬을 만들어서 보내드렸다
가까이 사는 동생이야 찌개 하나나 반찬 한두가지 가져다 드리면 되었지만 나는 택배로 보내면서 한두가지만 보낸다는게 왠지 소홀하다는 생각과 죄송스런 맘까지 있어서 내가 할 수 있는한 아버지 입맛에 맞을만한 걸로 고루 챙겼다
나는 아버지만 챙기는게 아니다
위로는 시어머니와 아버지를 챙기고 아래로는 아들과 딸도 챙겨서 줘야하는 상황이었다
가까이에 사시는 시어머니는 남편 손에 들려 간단한 밑반찬을 보내드리고 멀리 사는 아들은 아버지만큼 정기적으로 날짜를 따져 보내주지는 않지만
혼자서 직장생활 하는게 안타까워 먹고 싶어라 하는거 만들어 보낸다
승용차로 10여분정도에 사는 딸아이는 부부가 직장생활을 하니 퇴근하고 집에 오면 얼마나 피곤하고 힘들까 싶어서 커다란 냄비에 닭볶음이나
병어찌개, 동태찌게, 돼지불고기등을 담아 딸 퇴근 시간 맞추어 가져다 주라고 남편손에 들려줬다
어릴때 부터 내가 해준것을 먹고 자란 딸이라서 그런지 가져다 준 음식은 무조건 맛있다며 최고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는다
딸이 퇴근할쯤 배달한 금방 만든 따뜬한 돼지볶음을 둘이 정신 없이 먹고 조금 남겨진것이 아까워 다음에 먹을려고 냉장고에 보관둔다고 한다
반찬없을때 찬밥 한덩이 놓고 후라이팬에 노릇하게 눌리다가 김치 쫑쫑썰어 김가루 뿌리고 참기름 한방울 똑 떨어뜨려 먹으면 세상에 그런맛 없다고 역시 엄마 손맛이라고 하는 그말에 귀차니즘과 피곤함은 어디로 가고 기분이 업되어 뭔가를 또 해주고 싶은 충동이 인다
평소 말수가 적은 사위까지 가새하여 '어머니, 너무 맛있어요'를 연발한다
그러고 보면 딸은 사람 기분을 좋게 하는 재주가 있다
믿지 못한 음식에 대한 불신에서 사서 먹는것보다 엄마가 직접 해준다는 것에 대한 안도감도 있겠지만 음식에 대한 무조건적인 칭찬은 나에대한 감사의
표시고 기쁨을 주려는 의도인것이다
그러나 딸을 제외한 아버지, 시어머니, 아들은 받은거에 대한 표현도 없거니와 때로는 너무나 당연하게 받아들이는것이 못내 서운함을 이르킨다
엄마가 여러 사람 반찬을 해주니라 힘들어서 어떡하냐는 딸아이 말에 아직은 젊어서 할수 있으니 얼마나 다행이냐 늙으면 해주고 싶어도 못해주고
설사 해준다 하여도 지금 맛과 같을수 있겠냐고 말하면서도 차마 힘들다는 소리는 하지 못했다
내가 해준 음식을 좋아하는 딸이 내가 힘든 모습을 보이면 날 걱정하느라 매번 저를 위해서는 만큼은 하지 말아라 할것이라는걸 알기 때문이다
나도 정말이지 누군가가 해주는 밥을 먹고싶다
이제는 입맛 까다로운 남편 밥해주는것도 힘들어서 자꾸 외식하려 하는데 때론 냉정하게 고개돌려 다 모른척 하고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