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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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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로윈데이에.


BY 플러스 2005-11-01

 써머타임이 해제되었습니다.   한 시간이 늦춰지는 셈이니 어둠이 더 짙은 저녁을  맞게 되는 셈이지요.  오늘은  써머타임이  해제된 후  처음 맞는 주의 첫날,  즉 월요일인 셈이기도 하고,  또 시월의  마지막 날이니 할로윈데이이기도 했지요.   아이들이  할로윈을  그 분위기에  맞게  어둠 속에서 맞게 된 셈이기도 하구요.

 

 오늘은 또 나와 남편은 집에서  차로 족히 이 삼십 분이 걸리는 거리에 있는 클리닉에 약속이 잡혀 있는  날이기도 했습니다.  약속시간은  아이들이 학교에서  집으로 돌아오기 한 시간 삼 십 분 전이니,  별 걱정하지 않은 채 클리닉엘 갔습니다.   그런데,  상당히 시간이 걸리는 일임을 곧 알게 되었습니다.  약속을 다른 날로  다시 잡으려다가 그마저 여의치 않게 되어  별 수 없이 그 곳에 계속 있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어느 새 시각은 다섯 시가 되어 아이들이 집에  돌아와 있을 시간이 되었습니다.  남편은 안절부절했고,  내게는 이웃의 한국인 아줌마의 전화번호도 없는 상태였습니다.  아이들이  밖에서 기다리게 되는 경우에는 그럴 때마다 많이 속상해하고 불안해했던 지라, 나는 좀 걱정이 되었습니다. 

 

 진료를 마치고 나니 시각은 벌써 다섯 시 하고도 사십 분을 넘어가고 있었습니다.  밖은 이미 컴컴할 대로 컴컴해져 있구요.  그런데,  나는 이상하게  별로 걱정이 되질 않았습니다.  남편은 혹시나 해서 핸드폰 기록을 살펴보지만,  이웃집의 누군가에게서 걸려왔을 법한 전화는 없었습니다.

 

 어둠 속에서 차를 몰고 가는데,  어느 순간 전화벨이 울렸습니다.  딸아이였습니다.  이전에 앞 집인 37호 독일인 아줌마가 우리 아이들을 대신하여 전화를 해 준 적이 있었으므로,  혹 그녀가 전화를 하게 해 주었나 했더니,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딸아이는 39호 아줌마의 집에서 숙제를 하고 있으니,  그 곳으로 데리러 오라는 것이었습니다.  39호 아줌마는 터키인으로  그녀와 나는 별로 마주 친 적도,  특별히 상냥하게 인사를 나눈 기억도 없는 사람이었습니다.

 

 집 밖에서 기다리고 서 있었을 우리 아이들을 데려다가 집에 있게 해 주고,  전화도 하게 해 주는 배려를 한 그녀에게 고마움을 느끼며,  아이들을 데리러 그녀의 집 문 벨을 눌렀습니다.

 

 아이들이 전혀 남의 집에 있었던 것 같지 않은 편한 얼굴을 하고 나왔습니다.   그리고,  집에 와서 딸 아이가 나무로 된 십자가 벽걸이를 내게 보여주며 그 아줌마가 선물로 준 것이라고 이야기를 했습니다.  또  아들 아이가 작은 나무 십자가 장식품을 보여주며  자신이 아끼는 게임기에 걸어놓았습니다.  딸아이가 그 아줌마가 자신도 하나님을 믿는 사람이라고 말하면서 선물로 주었다고 합니다.  한 달에 한 번 쯤,  우리 집에서 구역예배가 열리곤 하는 데,  그 때 밖으로 새어나가는 찬송가 소리를 그녀가 들은 적이 있던가 봅니다.

 

 그리고 아이들이 학교에서 돌아올 시간 즈음에 나도 모르게 몇 마디의 기도를 했던 것이 기억이 났습니다. 그리고, 국적도 인종도 다른 크리스찬을 통하여 나의 기도를 들어주신 하나님의 섭리에 감사함이 들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