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돈 좀 줘~"
"무슨 돈? 엇다 쓸라고?"
"당신 선물 사주게.."
남편이 내게 선물 살 돈을 달란다.
지난 23일은 스무여덟해 전에 둘이 결혼한 날이다.
"결혼을 혼자 했나?
당신이 선물하면 나도 해야줘야지.
그냥 퉁치자..히히"
스무번 하고도 여덟해를 넘기면서 선물이라고 딱 두 번 얻어봤나보다.
한번은 귀걸이 목걸이 반지 셑트를 사왔는데
반지는 손가락에 맞지도 않고
귀걸이는 막힌 마누라 귀에 어떻게 달라고 뚫린 귀에 거는 귀걸이였고
목걸이는 어지간한 목이면 다 맞는 치수여서
결국 두번 걸음하여 어찌어찌 바꾸어 온 것들이 이름하여 보석상자(?)에서
몇년을 주무시고 있는 중이고
한번은 얼마동안 모았는지 거금 50만원이 든 봉투를 내밀어
다음해 결혼기념일에 혹시나...품은 마음 역시나..가 되고부터
아예 그런 호사 기다리지도 바라지도 않는 마음 넓은 마누라로 산다.
남편의 지갑은 자칭 유리지갑이다.
월급통장은 명의만 남편이고 관리자는 마누라다보니
어디 숨기고 자시고 할만한 처지가 못된다는 것을 안다만
그래도 혹시 나 모르는 지갑 하나 더 갖고 있나 궁금은 하다.
투명지갑의 남자는 이번에도 허허 웃음과
통속적인 말 "당신이 선물이다" 로 웃고 넘긴 다음 날 아침
어제보다 더 크게 웃을 일이 생겼다.
뒤적뒤적 신문 한 면을 채운 어느 광고란에
"당신이 선물 그 자체라는 말은 통하지 않아요" 라는 글이 있었다.
스마트폰 광고를 그렇게 요란하게 해놓은 것이다.
물질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상이긴한가보다.
서로 마음만 나눠갖자고 가난한 연인시절 써먹던 수법이긴 하지만
그래도 나름 참 괜찮은 선물이다 싶었는데
불과 하루 전에 오십 넘은 중늙은이 부부가 결혼기념일이랍시고
케잌 한조각 접시에 담아놓고 쑥스럽게 뱉은 말이 그렇게 무색할 수가..
어제 우리가 한 말을 들었나?
"00 아빠~
선물 물러야겠다. 요즘 인간 선물은 통하지 않는대~
스마트폰 대세인거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