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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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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하하하..


BY 모퉁이 2011-12-15

식구들 다 나가고 혼자 이리저리 머리를 굴려본다.

'형님 꺼랑 동서 꺼만 챙길까.

동생들이랑 언니 꺼도 하나씩 챙길까.'

냉장고 벽에 붙여놓은 작은 봉투 속에는

딸아이가 준 용돈(?)이 조금 들어있다.

그 돈에서 해결하자니 계산을 잘 해야 될 판이다.

주말을 끼고 아버님 제사가 들어있어 형님댁에 가는 손에

형님께 작은 선물을 하나 챙길까 하는데

그날 만날 동서도 걸리고

가는 길에 들를 계획인 친정동생도 언니도 다 걸린다.

 

동네에 솜씨 좋은 언니가 스카프를 직접 만들어 판다.

몇 번 들러 구경만 하다가 지난 가을에 하나 구입을 해서는

요즘 요긴하게 잘 두르고 다닌다.

그런데, 하나 살 때는 몰랐는데

두 개가 될 지 다섯 개가 될 지 세다보니

계산에 예민해진다.

두 개만 사면 그런대로 여유가 있고

다섯 개를 다 사자니 약간 부족하다.

제사비용에, 오가는 기름값에 도로비에

조카들 만나면 약간의 용돈에,

적잖이 들어갈 비용에  갈등이 생긴다.

아이구..이넘의 돈이 웬수다 웬수.

 

어제보다 많이 춥다고

출근길 아이들 옷차림을 당부한 터라

목도리를 입까지 끌어올리고 인사동으로 걸음을 뗐다.

날씨탓인지 시간탓인지 거리가 썰렁하다.

화장품 가게에 들러 우선 수분크림을 하나 샀다.

자고나면 기름이 질질 흐르던 시절은 오간데 없고

푸석푸석 마른종이 같은 얼굴을 위해 봉투 입을 열었다.

샘플 몇 가지를 넣었는지 덜거럭거리는 봉지를 가방에 넣고

양쪽 길가  목도리 가게를 기웃거리기 시작했다.

종류도  무늬도 다양하기도 하고

수제 스카프가게보다 가격이 싸다.

 

[싼 게 비지떡이라 했는데 가격에 맞추다

훗발이 없어서 한 철로 끝나는거 아닐까.

내 동생들이야 그렇다치고

형님과 동서한테는 수제스카프로 살까.

백화점용은 처음부터 생각도 안했지만

비싼 실크는 세탁도 그렇고 아끼다보면 장농신세더라.

겨울엔 그저 만만한게 최고여.

혹시 삼겹살집에 벗어놓고 와도 그렇고

세탁소 대신 세탁망에 넣어 휘휘 돌려

냄새좋은 스킨 한 방울 뿌리면 또 새로운 멋이잖어.]

무엇보다 가격이 마음에 들면서

다른 이유를 덧붙이며 내가 나를 설득한다.

 

고르자고 드니 다섯 개 고르는데 꽤 신중해진다.

이것도 괜찮고 저것도 괜찮고

뭐 나름 예쁘고 어울리는 것들이 많기도 하다.

에잇 모르겠다.

다들 각자 다른 집 다른 곳에 사는 사람들인데

같은 것이면 어떠리.

목에 갖다대었을 때 차갑지 않고 포근한 감이 나는 것으로

색깔만 고려해서 같은 종류로 다섯 개를 담았다.

 

두 개는 시댁쪽

세 개는 친정쪽.

따로 챙기면서 괜한 호기심에 하나를 내 목에 둘러보았다.

어라~?

제법 괜찮다. 당장은 만족스럽다.

내 것도 하나 살 걸 그랬나.

다섯 개 중에 임자 못 만나는 물건 하나 생겨줄라나...

혹시,,동서가 안온다던가. 동생을 다 못 만난다던가...

굴리고 굴린 머리가 멀리도 왔다. 푸하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