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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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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둘 셋 넷


BY 모퉁이 2011-12-07

"앞에 서세요"

뒤에서 쭈삣거리고 있는 내게 앞자리를 권한다.

"아니요. 뒤에서 보고 따라 할게요"

일명 몸짱체조교실에 등록을 했다.

거의 각목 수준인 이 몸이 체조라니 버겁긴 했다.

하나 둘 셋 넷 구령 대신 신나는 음악에 맞춰

에어로빅 동작이 섞인 체조를 하는데

나는 속으로 하나 둘 셋 넷을 센다.

어깨통증에다 유연성 제로인 나는

매번 한 박자 늦은 동작으로 앞사람과 딴 동작을 한다.

첫날은 그럴수 있다는 위안으로 돌아왔지만

한 달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내 팔은 한두 박자 늦게 오르내린다.

어깨가 아픈 이유도 있겠지만

원체 신체리듬이 둔한 탓이 더 클 것이다.

대형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내가 봐도 민망하다.

뻣뻣한 각목이 끄떡거리는 형상이라니

그걸 보고 혼자 웃다 또 한 박자 놓친다.

양쪽 다리를 앞으로 쭉 뻗고 이마를 무릎에 갖다 대는 자세가 나는 어렵다.

발끝에 손끝 닿기도 어려운데 이마를 갖다 대라니

허벅지가 찢어지는 것 같고 종아리에 쥐가 날려고 한다.

모두 고개 숙인 사이 고개 든 여자가 또 거울을 본다.

허허..두어명 고개 숙이지 못한 사람이 있다.

양다리를 180도로 찢는 사람도 있는데

나는 그에 반인 90도나 벌릴라나?

그것도 무릎이 자꾸 오그라든다.

비명에 가까운 신음을 내며 등만 굽힌 이가 있다만 나보다는 낫다.

등 뒤로 양손을 깍지끼듯 잡는 동작도 안된다.

내 앞에 예쁜 아줌마도 안된다.

히히..동지가 있어 다행이다.

오십해가 넘도록 굳은 몸이

한두 달 사이 통아저씨가 될리야 만무하겠지만

하다보면 모르는 사이 손끝에 닿던 발끝을

손으로 잡을수 있는 날이 오지 않을까  기대해본다.

하나 둘 셋 넷

오늘도 몸따로 마음따로 엇박자 체조는

혼자 보기 아까운 체조로 마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