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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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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자씨는 보따리에 무얼 쌌을까


BY 모퉁이 2011-06-01

매기의 추억을 보고 나온 금자씨가 한동안 그 속에 갇힌듯 했다.

누구나 가슴 속에 아픔 하나 다 갖고 있지 않겠냐며 호탕한 듯 웃기는 했지만

나 역시 목줄기가 뜻뜻했었다.

금자씨는 전라도 고흥 어디께가 고향이라 했다.

객지생활 끝에 시어머니감에 눈에 들어 그댁 며느리가 된 지 서른해가 가깝다.

작으마한 체구에 비해 강단이 있어서 여태 일손을 놓지를 않다가

올해 들어서야 겨우 일을 놓고 숨고르기 중이다.

그렇게 헤어진 금자씨가 고향가는 보따리를 쌌단다.

돌아오는 11일이 아버지 기일인데 고향에  오빠네 밭농사가 한참 바쁜철이라

이참저참 일찌기 내려가 오빠일도 돕고 오랜만에 고향냄새 맡고 오겠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엄마자리 아내자리의 소중함도 일깨워주고 싶다는 말도 했다.

흡~얼마전 내 꼬라지 같아서 웃었다.

정년 준비를 하는 남편은 요즘 쉬고 있다. 그런데 같이 가지 않은 모양이다.

여태 직장에 메인 몸이라  처갓집 농사 도울 기회도 없었을텐데

이번이 참 좋은 기회라 생각했는데 기어이 금자씨 혼자 보따리를 싼 모양이다.

시골여자와 도시남자가 만나 함께 한 지 서른해가 가까운데

아직도 여자는 남자를 시골길에 동행하지 못한다. 쉽지 않나보다.

남편 때문에 오빠와 올케가 어려울까봐, 시골생활에 남편이 힘들고 불편할까봐

선뜻 같이 가자 말을 못한다.

그렇다고 먼저 같이 가자는 말을 하지 않는 남편이 못내 서운하다.

친정의 어려움을 보이기 싫은 여자.

그런 여자의 마음을 헤아린답시고  혼자 보낸 남자의 아량이 여자는 또 서운하다.

한참 일손 필요한 마늘밭에 있느라  오빠네는 모내기도 못했다고 한다.

이럴때 남편의 쉬는 손이 아쉽고 서운타.

시골밥상이 늘 그립던 여자는 푸성귀 반찬이 좋은데

도시밥상에 길들여진 남자는 처갓집 음식이 마음에 안든다.

젓갈 듬뿍 들어간 전라도식 김치가

시큼하게 익은 서울식 김치 먹는 남자에게 안 맞다.

농번기 시골음식 안봐도 비디오인데

이런 모습 보이기 싫어 혼자 싼 보따리면서

호미 대신 골프채 잡고 있을 남자가 또 서운타.

날씨가 도와준다고 웃는다.

마늘밭에 구름이 끼어 덥지 않아 좋다고 웃는다.

군불 지핀 방에서 등어리 잘 지졌다고 웃는다.

"금자야~쑥개떡먹고 모내기하러 가자~"하던 엄마 대신

올케언니가 쪄준 쑥개떡 먹고 마늘밭 새참 준비한다며 웃는다.

엄마 생각이 났는지 웃음 끝에 물기가 묻어있다.

금자씨 보따리엔 무얼 쌌을까.

싸 간 보따리 다 풀고나 올까.

 

어떤 님은 아내는 모릅니다 하지만

남편도 모르는 게 있다. 많다.

간밤에 내린 비에 씻기다만 베란다 끝에 얼룩이 더럭더럭 붙어있다.

금자씨는 마늘캐고 나는 베란다 창틀이나 닦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