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온지 오늘로 꼭 2주일이 되었다.
이사를 하기 전부터 나가기 시작했던 일이 끝나지 않아서
집정리가 되지 않았다.
포장이사라 정리를 해주고 가긴 했지만
싸들고 온 것을 모조리 다 내려놓고 가는 바람에
미쳐 버리지 못하고 온 것들을 내다버리고
쓰기 좋은 자리에 갖다놓는 일을 모두 내 차지다.
선반형 앵글을 하나 만들어 놓던 지난 주말엔
말이 부르트는 바람에 부부싸움까지 할 뻔 했고
커텐이 맞지 않아서 커텐을 맞추는 일로 이제 거의 마무리 되어간다.
옹기종기 항아리를 베란다에 줄 세워놓고
빈 화분도 친구삼아 데려다 놓았다.
먼저 집에서 다 사망해버린 화초들을 이 집에서 부활시켜보려 하는데
계절이 꽃피우기 어렵지 싶다.
베란다 창으로 내려다보는 바깥 풍경이 아름답지가 못하다.
낡은 주택들이 허물어져 흉물스럽다.
몇몇 남은 어느 주택의 담장을 덮은 담쟁이가 붉은 카펫처럼 보이고
전선을 타고 뻗은 수세미가 그나마 볼만한 풍경이다.
주택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 또 거대한 아파트가 들어선단다.
한참 올려다봐야 되는 높이의 아파트가 바로 앞에 생겨나면
그나마 보이는 하늘도 안 보이게 될 듯하다.
조망권과 일조권 모두가 그닥 양호하지는 못하지만
교통거리가 단축되었고 이사 징크스였던 경사길은 깨어져서
이제 눈이 와도 덜 걱정스럽게 되었다.
출근길 방향이 바뀌었다.
매일 같은 자리에서 만나던 얼굴들이 다른 얼굴로 바뀌었다.
항상 그쯤에서 만나는 몇 사람이 있다.
일터로 가는 걸음인지 모두 바쁘다.
강아지 두 마리를 데리고 머그잔을 들고 나온 아주머니는
천변 근처 아파트 주민이지 싶고
화원인가 싶을 정도로 많은 화분을 내놓은 집 주인은
허리가 한참 휘어진 호호 할머니셨고
신협의 아가씨는 고객맞을 준비로 청소가 한참이고
채소상회 사장님의 시장한 수저질을 종종 목격한다.
아직 같은 통로 이웃들을 다 만나지도 못했다.
1층 입구에 천사의 나팔은 누가 갖다놓았는지
엘리베이트 기다리는 시간이 향기롭다.
수도꼭지 방향도 반대이고,
수건걸이 방향도 반대이고
가스렌지도 익숙치 않고
전등스위치도 헷갈리고
집안에 맴도는 냄새도 낯설다.
아직은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