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 어귀 메리야스 가게가 불(?)났다.
정리를 하는 모양일세.
등산 가방을 멘 아줌마도, 꼬맹이 손을 잡은 새댁도
싼 물건 고르느라 바쁘다.
그 속에 나도 슬그머니 발을 디디고설랑
남편 팬티를 골랐다.
언제던고, 홈쇼핑에서 한무더기 사고는
딸내미가 생일날 사다주고 안 산 것 같다.
석 장 들이 한 박스에 일만 원.
국적불명의 이름표도 아니고
알만한 상표인데도 싼 것 같아 두 박스를 골라 들고 집으로..
새옷을 사오면 꼭 한번 빨아 달라는 사람이라
한 박스를 미리 빨았다.
새 옷과 헌 옷을 개키는데 어째 새 옷이 좀 작아 보인다.
앞 뒤 놓고 맞춰보니 역시나 작다.
치수를 잘 못 챙겼나?
치수는 같은데 크기가 다르다. 뭐가 이래.
스판 소재도 아니고 면 사각인데 어쩐담.
혹시나 싶어 입혀보니 역시나다.
박스는 미리 버리고 왔고, 상표는 가위로 잘라버렸고
남은 옷은 어쩔 것인가.
갖다주러 가는 건 좋아도 받으러 가는 거 싫고
사러오는 건 좋아도 바꾸러 오는 거 좋아하지 않을텐데
그렇다고 작은 옷을 입을 수는 없고
아들이 없으니 입을 사람도 없고
얼굴 근육 단단히 하고 한번 가보자.
교환은 안된다고 하지는 않았는지 모르겠네.
바꾸러 가는 일이라 일찍 갈 수는 없지.
점심 먹고 천천히 가보자구.
아~햇볕이 너무 따갑다.
이러구저러구 해서 왔는데 바꿔 줄 수 있겠냐고 했더니
아주머니 말씀이
"누구 줄려고 샀는데요?"
"남편 꺼요"
"남편 사이즈도 몰라요? 호호호"
우웅~남편하고 똑 같은 말을 한다.
"아~그게 글쎄,, ㅎㅎㅎ"
걱정과는 달리 흔쾌히 교환을 해준다.
괜히 세탁을 미리 하는 바람에
한 박스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게 되었다.
졸지에 남편 팬티 사이즈도 모르는 여자가 되긴 했는데
가만있자...이 남자는 내 사이즈 아는가 모르겄네.
절대로 모르지 싶은디...
"당신은 내 사이즈 아시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