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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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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바람


BY 모퉁이 2009-03-29

한 달여 만에 뒤바뀐 바람냄새가 난다.

일주일 정도 예상했던 일이 한 달을 채우는 동안

그만 계절이 바뀌어 버렸다.

내 어깨에 걸쳐진 옷무게가 묵직하다 싶던 것이

다 이유가 있었던 게다.

일상에 묻혀 주변을 놓쳐버린 것이다.

 

베란다 깊숙히  찾아든 햇살을 한껏 맞아 들였다.

침대 구석구석 묵은 먼지를 뱉어내게 하고

거실 구석 빨랫대에 걸어 놓던 빨래들을 끌어내어 모처럼 햇볕을 쪼였다.

늦으막에 오른 뒷산 언저리에는 어느새

개나리 무더기가 마음껏 입을 내밀고 있었고

산수유는 어느새 입이 벌어졌고

진달래가 수줍은 젖몽오리처럼 동그랗게 부풀었고

늙은 산벚꽃이 움을 틔워 내 걸음 내 눈을 자꾸 붙잡았다.

마치 딴 동네에서 온 사람처럼 어머나를 찾다가

평범한 일상을 지루하다 투정했던 나를 꾸짖는다.

 

한 달이 참 길었구나.

분주한 아침을 맞고 피곤한 저녁을 눕고

다람쥐처럼 돌던 하루가 한 달을 채우는 동안

어느새 한 계절을 물리고 다른 계절을 맞이하고도 한참이라니...

그동안 잊고 있었던 것이 어디 계절 뿐이랴.

밀려있는 메일을 정리하다

목련차 향기를 전해 온 친구의 글을 한참 동안 음미했다.

그래, 고향에는 목련이 피고 졌겠구나.

 

베란다 밖에 목련이 머물다 잘려나간 자리를 한참 쳐다보다

하늘 끝에 친구 이름 걸어놓고 머뭇거리다 보니

베란다 문을 닫아야 될 시간이다.

햇살이 다녀간 문틈 사이로 3월  바람이 살며시 들어온다.

바람냄새 참 좋다.아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