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딸이 언제부터 벼르던 여행길에 올랐다.
내 형편에 둘을 한꺼번에 유럽여행을 보낸다는게 버거워 기회를 미루고 있었는데
큰딸이 그동안 비축해놓은 얼마를 보태겠다기에
얼마동안 아르바이트로 꿍쳐 놓은 돈을 털었다.
인천공항으로 떠나는 아이들을 리무진 정류장까지만 바래다 주기로 한 남자가
두 아이를 내려놓고 집으로 오는 길이 못내 아쉬운지 차를 돌려 버렸다.
전화를 걸어, 지금 가니 리무진을 타지 말고 기다리란다.
서울에서 부산을 가는 것도 아니고
비행기로 열여섯 시간을 날아간다는데 걱정이야 왜 안되겠나.
그런 마음 속에 이 속물같은 여자는
왕복통행료에 비싼 기름값을 계산하고 있었다.
당부사항이라는 메모를 아이들에게 건내며
몇 번이고 당부하고 다짐을 해댄다.
이럴땐 이렇게 하고 저럴땐 저렇게 하고....
한 번 경험이 있는 아이들은 알아서 하겠노라 쉽게 대답을 하지만
부모 마음은 또 어디 그런가.
어느 오락프로그램의 연예인이
'보면 짜증나고 안보면 걱정된다'던 말이 새삼스레 다가온다.
아이들을 공항에 내려놓고 돌아오는 길에 부부는 별 말이 없었다.
딸만 키우는 아버지 마음을 조금씩 읽게 된다.
정해진 귀가시간이 오후 11시인데
10시부터 벌써 전화로 위치와 시간을 잰다.
너무 다그치는 것 같아 내가 더 불안하고 위태롭다.
당분간 시계보며 아이들 기다리는 일은 덜었을지 몰라도
아마도 돌아오는 그 날까지
더 긴 시간재기가 될 것 같다.
많이들 하는 말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이제 하루 지났는데
아이들 방이 유난히 커보이고
세탁기에 빨래도 없고
화장실에 머리카락도 깨끗하고
널부러졌던 책상마져 정리되어 잔소리감이 없어지니
갑자기 내가 심심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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