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엄마따라 시장에 가는 재미 중에
겨울에는 오뎅공장에서 막 구워낸 오뎅을 얻어먹는 재미였고
여름에는 한쪽 귀퉁이가 날아간 맷돌을 돌려 걸러져 나온
콩국물에 얼음 띄워 마시던 우묵이라는 것이 있었다.
지금은 그 재래시장이 정비가 되어 깔끔해졌지만
예전에는 오뎅공장 천장에 거미줄이 걸려 있어
위생검사에 퇴짜를 맞을만 했어도 우리는 그런 것에 관심 없었다.
잡어를 갈아 즉석에서 튀겨낸 오뎅(어묵)을
뜨끈뜨끈할 때 먹으면 허기도 가실뿐더러 고소한 기름냄새가
입맛을 다시게 했던 잊을수 없는 맛 중에 하나이다.
우뭇가사리를 말려서 고아 굳힌 것이 우묵이라는 것인데
야들야들한 것이 힘이 없어서 내 손가락을 조심해야 했다.
재미삼아 눌러봤다가는 엄마한테 머리 한통 쥐어 박히길 각오해야 한다.
걸죽한 콩국물에 잘게 채친 우묵을 넣고 소금 찔끔 넣고 얼음 한 조각 휘휘 저어
후루룩 마시면 막 달라붙은 더위가 저만치 달아나는 듯 시원했었다.
돌아오는 길이 다시 더워 지칠지라도
순간의 기쁨을 위한 걸음이라면 내 기꺼이 따라 나설 용기가 있었던
아련한 기억 속의 입맛 중에 시원한 냉콩국물이 생각나는 날.
마침 삼복 중에 중복인지라 삼계탕을 끓이자는 심산으로 시장길에 나섰다.
내가 가는 시장, 딱 한 군데 우묵을 파는 집이 있다.
올해 처음으로 그 집 앞에 멈추었다.
갈아놓은 콩물이 국산콩일까 수입콩일까 궁금했지만 고개 설레 흔들고
페트병에 들어 얼음 쟁인 아이스박스에 누워있는 콩물을 한 병 샀다.
집에 오자마자 우묵 채를 썰어 콩물을 부어 나는 마시는데
아이는 자꾸 헛숟가락질을 했다.
까르르 넘어 갈 듯 좋았던 옛날의 그 깊은 맛은 아니었지만
추억은 한 대접 충분히 들이켰다.
입가에 들러붙은 콩물에 희미한 웃음이 같이 붙어 있었다.
중앙시장 맷돌 할머니의 우묵 맛을 한 번 더 느껴보고 싶은 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