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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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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글 짧은 말


BY 모퉁이 2005-09-06

살랑부는 바람에 내려앉는 눈가풀은

천하장사 강호동도 못 떼어놓을만치 무겁다.

잠깐 즐긴 오수에 난데없는 휴대폰 메세지음은

남의 잠을 깨우나니..

 

두껑열고 보니 길지도 짧지도 않는 네 글자

[소주한잔]이 들어있다.

퇴근주가 있다는 암호같다.

 

점심은 얻어먹었으니 남은 찬밥으로 저녁 떼우면 되겠다.

가끔은 이런 횡재가 기분 좋을 때가 있으니 나만 그런가.

헌날 하는 밥,한 끼 안했다고 잊어버리기야 할라구..얼씨구~

 

퇴근시간 무렵.

아무리 같은 차라도 우리집 차 소리는 알아듣고

우리집 남자 발자국 소리는 기가 막히게 알아듣는다.

이것도 나만 그런가..

 

휘파람소리까지 섞어가며 룰루대며 들어오는 남자.

아마 간편복장으로 가려나 보다 싶어서

옷장문을 열고 거드는 시늉을 했다.

 

내 놓은 옷 대신 옷나무에 걸린 반바지에 다리를 끼어넣는다.

얼라? 저런 복장으로 소주 한 잔을 땡기러 간단 말이지?

그리고 아무리 기분이 날아갈듯 해도 그렇지 휘파람 씩이나 불며가자 소주 먹으러~?

 

[저녁묵자.배 고프다.소주도 한 잔 하자]

이번엔 딱 세 마디를 하고는 식탁앞으로 의자 끌어당긴다.

 

[머시여~?소주 한 잔 하러 간다잖았수?]

[둘이서 한 잔 하자고..]

[뭐라~?그런 깊은 뜻이...?}

 

메세지 해독 실패한 날,

준비된 안주는 커녕 뜨신밥도  해놓지 않은 마누라.

부랴부랴 먹다 남은 국물에 찬밥 볶아 안주삼아 저녁삼아

주거니 받거니 한 잔 걸친 며칠 전 저녁, 경고성 한 마디.

[앞으로는 메세지 보내지 말고 말로 하란 말이여!]

 

그리고 오늘 저녁 방금.

띠리링~

[오늘은 저녁 약속이 있으니 마눌님 먼저 저녁 드시지요.]

뚜뚜뚜....(전화 끊어짐)

짧고 간단한 것은 글이나 말이나 마찬가지다.

 

우쨋거나 오늘은 확실히 저녁 안해도 되는 날이다.

흐~~

 

 

 

 

 

 

2004-06-14 17: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