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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변 하던 날


BY 모퉁이 2005-09-06

건강검진을 받으라는 통보가 왔다.

형식적인 검진이라며 하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있지만

나는 이것도 내 권리라 생각하며 그동안 키가 자랐나서부터

몸무게가 불었나까지 궁금하여 검진에 응했다.

키는 제법 길었고 무게도 제법 묵직했고 귀는 정상이고

눈역시 아직 밝았다.

기본적인 검사를 마친후 성인병 검사 몇가지를 예약해 놓고 왔다.

위암,유방암,대장암 검사를 예약했는데 대장암은 일차로 채변검사로

한다면서 조그만 프라스틱 통을 하나 주면서 다음 예약날 올때

변을 받아오라 하였다.

 

보름 후 날짜를 잡아놓고는 하루하루 기다렸다.

놓치지 말고 가야지,,하면서도 한가지 걱정이 생겼다.

하루에도 몇번씩 화장실은 가지만,정작 볼 일은 제대로 못 보는 날이

나는 가끔 있어서 이것(?)을 몰아 보는 습관이 있는 것이다.

간혹은 내가 변비인가 싶은 생각도 있지만 심각하게 약을 써야 될 정도는 아니어서

살아가는데 별 지장은 없다.

 

간호사에게 물어본게 있다.

"당일분을 받아오나요 전날 분을 받아도 되나요? 혹시...... 몰라서요."

너무 오래되지 않은 걸로 받아오라는 소리에 서로 웃기만 했었다.

 

검사 전날 저녁 8시 이후엔 금식이며 물도 껌도 안된다고 명시해 놓은

예약서를 보고,나는 이른 저녁을 먹었다.

혹시,,정말로 혹시 내일 아침에 변을 못 볼까봐 미리 봐 두어야 겠다는 마음으로

많이도 먹었다.사실은 너무 예민했는지 이틀을 변을 못 보았다.

많이 먹으면 밀려 나올 것 같아서 정말 많이 먹었다.과식인 셈이다.

바나나가 좋다고 하여서 두개나 먹고 시래기국을 끓여서 한대접이나 먹고

밥도 한공기를 다먹고 아무튼 그러고 나니 신호가 오는 듯 하였다.

 

"지금부터 잠시 나 찾지 마시요"하며 준비물을 가지고 화장실로 들어갔다.

조금 힘은 들었지만 무사히 일을 마치고 뒷정리도 말끔히 하고 나왔다.

휴~~내일 볼 일을 못 봐도 조금은 안심이 되었다.

 

평소에도 저녁시간 이후에는 잘 먹는 습관은 아니어서 먹는 것에 대한

부담은 없었는데 그날따라 왜 그리 속이 허한지 자꾸 채우고 싶은 것이다.

아..이것이야말로 뱃살 불리는 최고의 유혹이구나.그러나 참자..참아야지..

 

아이들이 먹는 배 조각이 무척 달아보이고,식탁위에 놓여진 투명 그릇 속의

구운김까지 그날은 먹고 싶은 충동이 생기는 것이다.

허~참~이상도 하여라.

 

주린배(?)를 삭이는데는 잠이 최고여.

그렇잖아도 많은 잠을 핑계삼아 일찍 누워잤다.

담날 아침 물은 입가심으로 행구기만 하고 삼키지도 않았다.

유치원생처럼 시키는대로 말도 잘 듣는다.

 

그런데,이것참..배에서 신호가 온다.

화장실로 불러들인다.

헉~!이럴 줄 알았으면 어제 그 짓(?)을 하지 않아도 되었을것을..

그런데,아무래도 헌것보다 몇시간이라도 새것이 더 낫지 않을까 싶은 생각에

나는 어제의 일을 무효로 하고 싶은 것이다.

비닐봉지에 두겹으로 싸서 보관해 둔 것을 꺼내어 새것으로 교환하는 작업을 했다.

 

참 오랫만에 해보는 채변검사를 위한 행동은

 초등학생 때나 지금이나 어설프긴 마찬가지였다.

아무도 모르게 교환작업 마치고 검진을 위하여 병원관계자의 손에 넘겨주고 온 채변통.

이제 그 결과를 기다린다.아무일 없기를...

 

*좀 지저분한 이야기여서 죄송합니다.*

 

 

2003-10-04 16: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