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심으로 콩국수를 먹으려고 국수를 막 삶아 건지고 있는데
잠깐 내 귀를 열게 하는 외침이 들렸다.
"재봉틀 고쳐요~!!"
한번 사면 두번은 고쳐쓰던 시절이 있었다.
한쪽 모서리 날아간 밥상도 고쳐 썼고
구멍난 솥이나 냄비도 땜방해서 썼다.
"고장난 시계나 테레비 고쳐요~"
이 소리도 참 오래전에 듣던 소리다.
요즘은 아프터서비스센타라는 곳이 있어서
고장인지 아닌지 의심만 가도 전화만 하면
약속한 정확한 시간에 직접 와서 고쳐야 될지
아닌지 친절하게 일러준다.
그것도 귀찮거나 고치는 비용이 든다 싶으면
새 물건으로 바꾸어 버리는 참 좋은 세상이다.
국수를 건지다 말고 밖을 내다 보니
연세가 지긋하신 할아버지께서 천천히 다니시며
혹시나 찾는 사람 있나 기웃거리신다.
'할아버지 '대신 "아저씨~"하고 불렀다.
"재봉틀 고치신다고요?"
가정용 재봉틀이 하나 있다.
어머님이 주신 것인데 한때 요긴하게 썼다.
늦게 배운 바느질로 아버님 한복 바지, 저고리, 마고자, 조끼,
두루마기까지 만들어 봤고,생활한복 만들어 엄마 드리고
내 바지는 내가 만들어 입었다.
(만드는 시간이 오래 걸려 어떤 옷은 계절이 지나 완성되어
다음 해에 입어야 했지만..)
배우는 곳에서는 공업용 재봉이라 초보인 나는
사용이 어려워서 집에서 천천히 복습을 하곤 했는데
그것이 어느날 바느질이 제대로 먹히지 않았다.
내게 건너올 때부터 사용설명서가 없어서
바느질이 되지 않는 이유를 찾을 수가 없었다.
A/S센타에 가져 가려니 무거워 쉽지 않고
매일 쓰는 물건이 아니다 보니 아쉬움을 모르다가
아이들 바지 길이라도 고칠려면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세탁소에 맡기자니 은근히 그 값이 아깝기도 했다.
한복 만들기를 배울때 쓰고 남은 자투리 천으로
밥상보를 만들어서 이웃에게 나누어 준 적이 있었다.
식탁 문화에 젖은 요즘 밥상보가 별 쓰임새가 없긴 하지만
간단하게 차려놓고 외출할 때 예쁜 보자기로 덮어 놓으면
보기에도 깔끔하고 무엇이 놓였는지 궁금해서 열어보고 싶게 된다.
두꺼운 알안경을 쓰신 아저씨께 내 보인 재봉틀.
이리저리 돌리고 살피시더니 고장난 부분을 찾아 내셨다.
검정색 가방에서 꺼낸 연장통은 얼마나 오래되었는지
찌그러지기도 했지만 손때가 묻어 반질반질한 네모난
양철통에 두껑이 달아날까 고무줄로 묶었다.
무슨 영양제의 노란 양철통 같았는데 노란색을 보이지 않고
할아버지의 손에 묻은 기름때와 같은 색깔로 변했다.
신문지를 깔아놓고 재봉틀을 이리저리 살피더니 부러져
고장난 부품을 갈아 끼우고 기름칠을 하고 치솔로 먼지를
털어내고 내게 사용법까지 설명해 주셨다.
디지털 시대에 기계도 기계로 고치는 시절에
풀고 조이는 일을 손감각으로 고쳐내는 할아버지.
평생을 이 일을 하셨다는 할아버지는
그 손으로 자식들 가르치고 출가시켰다 신다.
몇 분간 요술같은 할아버지의 손이 지나고 나니
털털털 거리던 재봉틀이 들들들..소리도 부드럽게
한 뜸 한 뜸 일정한 간격으로 정확한 걸음을 걷는다.
자투리 천을 꺼내어서 들들들..조각 밥상보를 하나 만들고 보니
어느새 저녁이다.
내일은 저녁 상 일찍 차려 알록알록 밥상보를 덮어 돌아올 식구들을 맞아야 겠다.
잊었던 소리 "재봉틀 고쳐요~!를 찾은 날이다.
여성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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