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가 되면 마당있는 집에 작은 화단이 있는 집을 갖고 싶습니다.
어렸을 때에는 남의 집 셋방을 살았기 때문에 이룰 수 없는 소원이었고
결혼 하고 첫 번째 집은 마당은 있었으나 시멘트 마당이라
화단을 가꿀 수가 없었고,두 번째 집역시 좁은 시멘트 마당이라
옥상에 스티로폼 화분에 고추모종을 심은 적 있고
세 번째 집에서도 주인댁 할머니의 장독대 위에 올려놓고 키운
화분 몇 개가 전부였었는데 다음엔 연립에다 아파트로 이사를 다니다 보니
마당은 커녕 화단을 가꾸기가 쉽지 않았습니다.
베란다에서 유리창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을 먹어야 하는 화초들이
좁은 화분 안에서 마음대로 다리를 뻗지도 못한 채 웅크리고 자라야 했는데
그것도 이사를 다니다 보면 환경에 적응 하느라 몸살을 앓고 어떤 이름의
화초는 끝내 기력을 차리지 못하여 빈 화분으로 남기도 했습니다.
여섯 번째로 이사한 지금 이 집은 4층 건물에 2층인지라 따로 마당은 없지만
1층 앞에 작은 화단은 있습니다.
그러나 그 화단은 아무도 가꾸지를 않아서 잡초만 피고지고 해를 나고 있을 뿐이었어요.
그런데 작년부터 그곳을 가꾸는 아저씨가 계십니다.
3층에 사시는 아저씨가 잡초밭을 일구어 상추를 심으셨습니다.
누군가가 솔선수범 하기만 하면 따라 하는 식구는 늘게 되어 있나 봅니다.
호미를 잡고 싶어지게 만듭디다.
어느 날 상추밭에 고추모종도 심어졌습니다.
하늘을 보고 자란다 하여 하늘고추라는 것도 심었는데 진보라색 고추가
고개를 쳐들고 달려 있는 모습이 신기합디다.
키 큰 유실수 몇 그루가 햇빛을 점령하여 잘 자라줄까 싶었는데 기우였습니다.
상추밭 틈새에 봉숭아를 심기로 햇습니다.
나보다 더 꽃을 좋아하는 옆집 아줌마는 빨간색 꽃이 핀 하얀 꽃화분을
화단 둘레에 내다 놓았고,나리꽃을 심었고 분꽃도,나팔꽃도 심었습니다.
주유소에서 얻었다며 흩뿌려 놓은 씨앗이 봉숭아 씨앗이었나 봅니다.
무더기로 피어난 봉숭아를 적당한 간격을 두고 옮겨 심는 일은 제가 했습니다.
한 나절을 고개 숙이고 있더니 드디어 도도하게 고개를 들고 빳빳한
자세로 섰습니다.내 손가락 힘에도 흔들리던 나무가 제 스스로 고개 들고
힘에 겨울것 같은 잎을 받드는 모습이라니..
식물을 보면서 대단한 힘을 느낍니다.
일찍 심은 봉숭아는 이미 꽃이 피었겠지요.
늦은 만큼 내 손에 물 들이는 날은 늦어지겠지만 첫 눈 오는 날과는 가깝겠지요.
첫 눈 오는 날까지 봉숭아 꽃물이 지워지지 않으면 첫사랑이 찾아온대나 이루어진대나..
찾아올 첫사랑도 없지만 그런 추억 하는 설레임 만으로도 충분하겠지요.
7월, 때 이른 코스모스가 피었더군요.
그 코스모스 모종을 몇 그루 봉숭아 옆에 친구 하라 데려다 놨습니다.
코스모스는 봉숭아보다 키가 크니 키 작은 봉숭아는 열심히 자라줘야 겠지요.
어제보다 더 길게 자란 고추와 어제보다 몇 닢 더 나온 상추잎과
하루가 다르게 자라고 있는 봉숭아,나리,분꽃, 그리고 코스모스가 어우러진
우리 집 앞 작은 화단.
꽃밭도 아니고 텃밭은 아니지만 그로 인해 내 눈 길 내 발 길 한 번 더 머물다 가는
여유가 있어 오늘도 화단 앞에 서성였습니다.
봉숭아와 코스모스가 키 재기하듯 자라면 고추 꽃과 봉숭아 꽃이 서로 시샘하면 어쩌지요?
지나가는 바람에 코스모스 가는 허리가 간지럽다고 웃습니다.
봉숭아 이파리도 같이 웃습니다.
아직은 어리지만 나팔꽃이 피면 아침은 나팔꽃이 깨워주겠지요.
기상 기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