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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끼리도 말 못하는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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왠 떡이여?


BY 모퉁이 2005-06-08

 

일기예보대로 날씨가 무척 더웠다.

산 중간도 못갔는데 얼굴이 달아오르고

등줄기에 땀이 주르르 흘렀다.

얼마전까지만 해도 겹조끼를 입고 다니던 동네 아우도

 오늘은 조끼를 벗어놓고 온 걸 보니 덥기는 더운 모양이다.

 

약수터 근처에 오르막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섰는데

몇일동안 보이지 않아 궁금했던 노스님이

젊은 스님의 손을 잡고 바들거리며 내려 오고 계셨다.

다리는 바들거렸지만 목소리는 여전히 쩌렁거리는 걸 보니

걱정스러울만치 몸이 불편한건 아닌것 같았다.

불자도 아니고 더구나 그 절에 보시 한번 한 적 없는 나지만

오며 가며 만난 정이 묻은지라 먼저 인사를 건냈다.

 

[스님~ 안보여서 궁금했어요.어디 아픈줄 알았어요.]

[어..그랬나?]

[오늘도 어디 나가세요?]

[어..볼 일이 있어서 좀 나간다.]

스님은 우리를 아예 막내 동생쯤으로 여기시는지

처음부터 하신 반토막 말이 이젠 익숙해졌다.

 

약수터에 걸터앉아 물 한 바가지로 입을 닦고

목고개 위로 빼꼭 채운 나무잎사귀를 비집고 나온 하늘을 훔쳐보았다.

물비늘처럼 반짝이는 햇살이 날카롭게 내리쏜다.

드문드문 등산객들이 힘든 숨소리를 내면서 올라온다.

 

시골에서 보내온 묵은 쌀로 떡을 했다며

절편을 몇조각 갖고 왔다며 먹잔다.

쌀한톨,고추 한근, 간장 한병 모두 사먹어야 되는 나로서는

 어떤 댓가를 치루고 가져온 양식일지라도 부럽다.

남의 떡을 부러워 해봐야 뭔 소용 있겄냐마는

쌀이 남아 돌아 떡을 해먹어야 될 정도라니 더 부럽다.

[왠 떡이여?] 흘기면서 절편을 질겅 씹었다.

분명 심술이렷다.

 

산에서 산바람 맞으며 마시는 커피는 향기도 좋다.

커피를 썩 좋아하지도 않으면서 산에 오면 한 잔은 마신다.

커피잔에 반은 남았는데 전화가 왔다.

미역 옹심이를 하겠다고 점심에 와서 먹으라는 또 다른 이웃집 아우다.

찹쌀 새알심을 빚어 넣어 끓인 미역 옹심이 솜씨가 좋다고

소문난 동생이다.

날씨도 더운데 왠 옹심이냐며 미안스럽고 고맙다고 말은 그렇게 하면서

속으로는[ 왠 떡이여?] 했다.

먹어본 음식 중에 제일 맛있는 음식은

내가 하지 않고 돈 주고 사지 않고 해주는 음식을 공짜로 얻어 먹는 것이다.

남의 떡에 눈 흘기고 남의 떡에 배부른 날이었다.